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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떠나가면 [기타나라소설]

사랑이 떠나가면 [기타나라소설]

  • 레이 클룬
  • |
  • 그책
  • |
  • 2009-11-01 출간
  • |
  • 402페이지
  • |
  • 140 X 210 mm
  • |
  • ISBN 9788994040011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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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어느 여자가 의사를 찾아가서 살 날이 고작 몇 달 안 남았다는 말을 듣는다……. 카르멘은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손으로 입을 막고 어깨를 마구 들썩이며 울기 시작한다. 뱃속이 조여든다. 나는 한 팔로 아내의 어깨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 떨고 있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준다. “한 방 맞은 것 같지요?” 의사가 우리의 눈치를 살피다가 말한다. 우리는 대꾸하지 않는다. 서로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앉아 있다. 카르멘은 울고 나는 멍하다. 한참 후에 내가 묻는다. “이제 어떡해야 하죠?” ― p.47

“기분이 무진장 안 좋아, 여보.” 그녀가 코를 풀고 말을 잇는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힘들어. 나는 대머리에 한쪽 가슴이 데인 채로 이렇게 처박혀 있는데 당신은 가슴 큰 섹시한 여자들 틈에서 뛰어다닌다고 생각하니…….”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다른 여자랑 어울리지도 않았다고. …… 갑자기 모든 게 쏟아져 나온다. 카르멘과 같이 술을 마시러 나가지 못하고, 외식도 못하고, 섹스도 못한다고 생각하면 참을 수가 없다고 털어놓는다. 프랑크는 고개를 끄덕인다. ― p.129, p.131

외도는 별것 아니다. 여자의 몸이 관계되어서 그렇지 자위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연애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그때는 섹스가 사랑을 나누는 행위로 변한다. 이건 내가 늘 피하고 싶었던 일이다. 육체적인 외도에 대한 충동적 욕구는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다른 여자들은 내 마음을 제외한 어디라도 손댈 수 있었다. 내 몸과 정신은 고독공포증일지 몰라도 내 마음만은 일부일처제를 지향했다. 내 마음은 카르멘 차지였다. 그녀가 아프지 않았다면 우리가 결코 연애를 하지 않았으리란 것을 로즈는 잘 안다. 2000년 봄, roseanneverschueren@hotmail.com, 본명 로즈, 별명 여신, 내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름 보리스는 내 평생 첫 번째 혼외 연애 상대다. …… 관계는 마약과 비슷하다. 몇 주 안 지나서 나는 로즈에게 중독되고, 그녀가 내게 주는 감정에 중독된다. 최대한 짬을 내서 그녀와 같이 있으려고 노력한다. 바람을 피울 때 둘러대는 핑계란 핑계는 다 동원된다. 자주 ‘사무실에 일찍 출근’한다. ‘새 음반을 들으러 시내에 나가봐야’ 한다. ‘금요일 밤의 외출’을 이용한다. 아니면 아약스 팀의 홈경기. 그때는 집에 가기 전에 문자정보로 경기 내용을 확인하고 외운다. ― p.185∼p.186

“우리 이혼해야 될까봐, 댄.”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이혼이란 말이. 이제 상대팀은 내가 늘 불가능한 선택으로 제쳐둔 것을 제시한다. 그녀는 열린 골대 앞에 공을 놔둔다. 나는 그쪽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된다. 머리에 온갖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회사에 출근하려고 문을 나설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다시 저녁 외출을 할 수 있을 때면 얼마나 행복한지. 로즈랑 같이 있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집에 올 때면 분위기가 어떨지 몰라서 얼마나 긴장되는지. 바로 이번처럼…… 얼마나 영원히 도망치고 싶어지는지. 그런데 이제 그럴 수 있다. 이제 ‘그러자’고 말하면 이 냉랭함에서 해방된다. 친밀감이 부족한 데서. 암에서. “안 돼.” 나는 ‘안 돼’라고 말한다. 내가 ‘안 돼’라고 말하다니! “안 돼. 난 이혼하고 싶지 않아.” 하고 싶으면서! “맙소사.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데? 더 자유롭고 싶어? 도대체 원하는 게 뭔지 말해 보라고!” 그래! 원하는 걸 말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어떻게 알겠어? 암이 없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나를 떨쳐내면 암도 떨쳐내게 돼.” 그녀가 건조하게 말한다. “아니, 난 당신을 떨쳐내고 싶지 않아!” 난 멍하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그게 진심인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 p.215∼216

목차

Part 1. 댄 & 카르멘
Part 2. 댄 & 카르멘 그리고 댄 & 로즈
Part 3. 카르멘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저자소개

저자 레이 클룬
1964년 생인 작가는 네덜란드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하던 중 아내의 갑작스런 유방암 통보를 받게 된다. 20001년 당시 서른여섯이었던 아내의 죽음으로 충격에 빠진 그는 딸과 함께 호주로 건너가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2001년 11월의 무수한 밤들…… 잠 못 이루며 눈물로 쓴 이 이야기는 1백만 명에 달하는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고, 2006년 네덜란드 ‘올해의 책’에 선정되는 등 그의 인생을 뒤바꿔 놓았다. 이후 2008년 발표한 이 책의 속편 격인 『The Widower(아내 잃은 남자)』는 아내의 장례식 이후 남편의 상실과 방황,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딸과 함께 한 여정을 그린 이야기로 출간 6주 만에 수십만 부가 팔리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역자 공경희
전문 번역가로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서울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한다. 시드니 셀던 『시간의 모래밭』으로 데뷔한 후 『호밀밭의 파수꾼』,『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비밀의 화원』,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파이 이야기』,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우연한 여행자』, 『매뉴얼』, 『빗속을 질주하는 법』, 『스톨른 차일드』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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