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역사는 인류의 운명과 함께 시작했다!
근대와 현대, 과학과 예술, 그 중심에 선 인간의 이야기『그레이트 빌더』. 런던에서 활동 중인 건축역사가이자 비평가,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저자 케네스 파월이 현대 건축의 근간을 형성한 위대한 건축가들, 영원한 도시를 꿈꾸는 그레이트 빌더들의 삶과 철학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15세기 이후 현대 건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빌더들을 다루고, 현대 건축과 직결된 구성 요소들과 체제를 구축하는데 공헌한 선구자들이 걸어갔던 삶의 기록과 건축철학을 다양한 사진과 그림, 광범위한 자료와 함께 보여준다. 또한 인간과 교감하며 치열하게 고민했던 건축가들의 실체를 뒤좇아 우리 삶과 분리할 수 없는 건축과 건축가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근대와 현대, 과학과 예술. 그 중심에 선 인간의 이야기
불가능에 대한 끝없는 도전
영원한 도시를 꿈꾸는 그레이트 빌더들의 삶과 철학
건축은 새로운 희망이다
예고된 아파트 가격의 폭락, 현격히 다른 개성과 생활패턴에 비해 획일적인 주거 공간, 건축 그 자체가 예술품으로, 또 랜드마크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 숨 가쁘게 전개되는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현대인들은 잃어버린 개성과 집을 되찾고 싶어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욕망은 건축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는 다시 빌더(건축가)와 집을 바라본다. 하지만 오랜 기간 건축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였고, 또 전공자가 아닌 이상 개념적으로 접근하기 힘들었다. 이 책 《그레이트 빌더》는 그러한 건축을 일반 독자와 건축 입문자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인물을 중심으로 그 역사를 엮어낸 책이다.
빌더, 그들은 누구인가?
인간의 삶의 필요조건이라고 하는 의식주의 ‘주’는 집에서 출발하는 개념이다. 적어도 15세기 까지 건축은 개별적 인간과 무관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최고 통수권자나 정복자들은 자신의 위용을 드러내기 위해서 거대한 도시와 건축물들을 건설하곤 했지만 그것을 만드는 과정이나 엔지니어에 대한 기록이 남는 예는 극히 드물다. 건축가의 개념이 지극히 불분명하던 시절인 까닭이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15세기부터 시작한다. 사료에 입각한 빌더(건축가)들의 역사를 적어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빌더는 무엇인가? 근대 이전까지 초기 건축가들에게 ‘건축가’ 또는 ‘공학자’는 부자연스러운 명칭이었다. 그들은 ‘예술가’ 혹은 ‘과학자’였다. ‘건축가’ 또는 ‘빌더’는 그렇게 중간자였다. 과거와 현재, 과학과 예술, 수학과 물리를 오갔다. 그들은 그 모든 것을 조화롭게 지위하는 지휘자다. 건축가와 빌더가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이룩한 건축물이나 도시가 전적인 미학 혹은 전적인 과학으로 만들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지만, 과학이 없다면 건축은 없었다. 그들은 대대로 수직하중에 대한 고민-그것을 어떻게 견디어야 하는가에 대한-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위해 수학의 개념이 필요했다. 건축가는 아름다움을 포기하고 때로는 견고함을 선택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반대일 수도 있었다. 그런 까닭에 빌더(건축가)들의 행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학문이나 예술과는 독특한 지형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들의 매력도 이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레이트 빌더’
이 책의 제목을 정하면서 출판사는 ‘위대한 건축가’라는 직역을 피했다. 책을 만들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건축가와 전혀 다른 점을 발견하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원제대로 ‘그레이트 빌더’라고 제목을 정했다.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건축’과 다른 ‘빌더’를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빌더란 누구인가?
1296년 아르놀포 디 캄비오에 의해 수립된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돔은 122년의 시간이 지난 1418년까지도 직경 42미터에 달하는 돔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해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모전을 열었다. 르네상스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의 설계는 돔을 지지하는 단 하나의 골조도 필요 없는 것으로 대단히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였다.
1666년 9월 2일 시작된 런던의 불은 13,200채의 집과 87개의 교구 교회, 그리고 세인트폴 대성당까지 태웠다. 렌은 신속하게 대응했다. 불과 엿새 만에 그는 도시 재건 계획을 만들어 왕에게 제출했다. 이후 그의 계획 하에 완성된 런던의 건축물들은 3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비범하고 혁신적인 모습으로 장관을 보여준다.
1660년대 말부터 1700년대 초까지 보방은 전쟁의 와중에 요새와 성을 쌓는 작업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그의 건축 작업은 요새에서부터 마을들과 건물들의 건설토목공학을 아우르고 있었으며, 그가 남긴 일기와 프로젝트, 논문 등 그의 저술은 전장의 범위를 넘어 경제학과 과세제도, 통계학, 정치학, 수리, 공학, 농업까지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은 이가 바로 빌더다.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불가능하다 말하는, 누구도 이루지 못한 것에 도전하며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한 세기가 넘는 도시와 인간의 삶을 그릴 수 있는 사람, 생명을 건 전장 속에서 아군의 생명과 자국의 이익을 위해 끝까지 봉사하는 사람을 ‘빌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빌더란 선택된 특별한 자이며 동시에 현실 속의 사람들이다. 그들 대부분은 목표를 위해 신념을 가지고 용감하게 도전한다.
이 책 《그레이트 빌더》는 현대 건축의 근간을 형성한 위대한 건축가들의 삶과 철학을 말해준다. 대부분의 빌더(건축가)들은 천재성을 가지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 대부분이 한결같이 천재성을 내세워 삶의 안락을 누리며 안주하기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건축가와 빌더는 그런 차이를 가지고 있다. 적어도 빌더란 협의俠義의 언어로 규정하는 건축가를 포함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빌더(건축가)의 삶을 관통하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미의식이나 건축의 기술의 발전사 같은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빌더(건축가)들이 인간의 삶과 역사의 삶을 합치시키기 고민했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맹목적인 우상화로 인물을 추켜 세우기보다 그들의 노력을 구체적으로 들춰내고 그것이 인간의 역사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과학과 예술 그리고 새로운 소재에 대한 절대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그레이트 빌더들
이 책은 15세기 이후 현대 건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빌더(건축가)들을 다룬다. 르네상스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며 이슬람에서 전해오던 선투시법을 중세 건축에 결합시킨 브루넬레스키, 건축 및 공학적 독창성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시라지, 오토만 제국의 건축 장인으로 구조의 개념을 건물을 지탱하는 목적만으로 두지 않고 공간의 개념을 규정하는 요소로 보았던 시난, 단순히 설계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배관에서부터 세부 장식에 이르기까지 건축 디자인의 모든 측면을 다루었던 크리스토퍼 렌 등을 거쳐 산업화와 세계 전쟁의 시대를 지나 철의 시대가 도래한다. 주철 교량 디자인의 혁신가 텔퍼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공간을 규정하며 실용적인 양식을 만든 쉰켈, 주철 건축의 기본을 만든 보가더스를 지나 철을 하위적 개념에서 콘크리트를 해방시키면서 건축은 전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다. 이후 초기 프랑수아 엔비크를 통해 산업용 콘크리트 건축을 시작으로 오귀스트 페레를 거쳐 철근콘크리트 골조에 건축적 표현을 가미함으로써 정밀한 건축 디자인의 매개체로 변해갔으며, 르 코르뷔지에에 이르러서는 미학적 기능을 극대화한다. 르 코르뷔지에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사망으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 국가 중심의 건축을 비판하면서 건축 모더니즘과 민족주의적 해석을 추구했던 오스카 니마이어나 생태계에 끼치는 환경 문제에 진작부터 천착했던 프라이 오토, 전후 일본을 복구하면서 일본 모더니즘을 만든 단게 겐조까지 그들의 삶은 늘 시대를 앞서갔으며 불가능한 것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