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한 아인슈타인
물리학의 전환점마다 존재했던 수학의 발견,
물리학과 수학의 놀랍고 경이로운 협력!
1915년, 아인슈타인은 회전 운동과 중력을 연결하여 시공간이 휘어질 수 있음을 깨닫고 중력이 힘이 아닌 시공간의 곡률이라는 해석을 제시한다. 그것은 그때까지 유지되어 온 뉴턴의 고전역학 개념을 뒤흔든 혁신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아인슈타인 개인과 물리학이라는 단일한 학문 분야만의 성취가 아니었으며, 수학의 언어가 아니었다면 결코 공식화될 수 없는 아이디어였다.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이 사용한 리만 기하학, 텐서미적분학, 비유클리드 공간, 절대미분학 등은 여러 수학자들이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 쌓아올린 성과들이었다. 수학은 물리학의 외곽이 아니라 중심에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일반상대성이론의 탄생부터 현대 이론물리학의 최전선까지, 방대한 학문적 흐름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먼저 고대 그리스의 기하학자 아폴로니우스가 남긴 원뿔곡선 연구가 케플러의 행성 법칙에 사용된 것을 시작으로, 과거의 수학이 어떻게 물리학의 전환점마다 ‘재활용’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이어서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그로스만, 민코프스키, 레비-치비타, 힐베르트 같은 수학자들이 제공한 도구들을 끌어왔는지를 자세히 알려준다.
블랙홀과 중력파, 끈이론과 양자중력…
이론적의 발전부터 실험적 진전까지
우주의 중력과 시공간을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과 수학이 함께 헤쳐나가는 지적 모험의 연대기
또한 이 책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어떻게 블랙홀과 중력파를 예견했으며 오늘날까지도 물리학의 기본 틀로 남아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탄생 후 100여 년 동안 수많은 물리적 예측에 이용되었다. 슈바르츠실트 해에서 유도된 블랙홀은 펜로즈와 커에 의해 특이점 정리와 회전 블랙홀 이론으로 확장되었고, 중력파는 2015년 LIGO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블랙홀 내부의 해 존재를 증명한 쇼언과 야우, 중력파 해의 안정성을 증명한 쇼케-브뤼아, 그리고 중력탐사선 B의 데이터를 설계한 수치상대론자들까지 등장한다. 이것은 모두 수학과 물리가 반복해서 호흡을 맞춰온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도 수학은 변함없이 물리학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에 있었다.
책의 후반부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영향력을 더 멀리, 더 깊이 펼쳐낸다. 양자중력이라는 미해결 과제를 앞에 둔 현대 물리학은 끈이론과 M-이론, 칼루차-클라인의 고차원 이론과 게이지 대칭, 칼라비-야우 다양체와 같은 수학적 이론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거울대칭과 열거기하학, 리치 흐름과 푸앵카레 추측, 4차원 위상수학까지-일반상대성이론이 물리학과 수학 양쪽에 미친 영향은 대단하다.
이 책은 이론의 발전 과정뿐만 아니라 실험적 진전도 놓치지 않는다. 중력 탐사선 B, GPS 시스템에서의 시공간 보정, 나노그래브의 중력파 배경 탐지, 그리고 칠레에서 27년간 관측된 별 S2의 궤도 세차운동까지-모두가 일반상대성이론의 정밀한 예측을 입증했다. 수학적 계산이 실험적 관측과 맞아떨어질 때의 전율,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수학의 중력’일 것이다.
지도를 그리는 수학, 실재를 찾아가는 물리학
수학이 어떻게 세계를 구성하고 예측하고 설명하는지 보여주는 책!
수학은 현실과 무관한 공중누각이 아니라,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고안한 가장 정밀한 언어이다. 그리고 일반상대성이론은 이 수학이 어떻게 세계를 재구성하고, 예측하고, 설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다. 이 책은 끝나지 않은 길 위에서 수학과 물리학이 어떻게 동행해왔는가를 보여주며, 독자에게도 그 길에 동참해 보라고 손을 내민다. 수학이 먼저 지도를 그려놓고, 물리학자들이 그 지도를 바탕으로 실재를 찾아가는 구조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한쪽에서는 이론적 계산과 기하학적 정의를 다듬고, 다른 한쪽에서는 관측과 실험으로 그 예측을 확인하거나 반박하면서 진보해나가는 과정은 저자가 말하는 ‘가장 흥미로운 모험’이다.
아직 물리학과 수학의 발전 과정은 끝나지 않았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수학적 공간, 실험으로 검증되지 않은 물리적 가설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진정한 미스터리 스폿은 도로 표지판이 가리키는 그곳이 아니라, 이론과 실험이 맞닿는 그 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금 물리학과 수학, 두 학문이 함께 손을 잡고 우주의 비밀을 향해 나아가는 길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지구라는 우주선의 승객들이여,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기를.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여정은 흥미롭고 예측 불가능한, 단언컨대 우여곡절이 많은 여정일 테니.”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