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한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는다는 건 어떻게 보면 새로운 우주의 창조다. 7, 8년 전의 일이다. 답사 겸 놀이삼아 연평도에 갈 일이 생겼다. 황해도 민요 중에 〈연평도 난봉가〉(나나니타령) 노랫말에 대한 해석 때문이었다. 그 노랫말에 ‘긴작시’와 ‘아가씨나무’가 해석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지도를 보다가 연평도 지명에 긴작시 해안이 있다는 걸 알았다. 지명이었던 것이다. 확인하기 위해 연평도로 갔다.
연평도에 가니 실제 긴작시라는 북쪽 해안 지명이 있었다. 모래와 자갈이 섞인 해안이었다. 그러니 이 노래가 연평도를 배경으로 한 건 틀림없다. 그렇다면 아가씨나무의 정체는?
연평도에서 전해지는 전설에 따르면, 병자호란 때 임경업 장군이 청나라에 볼모로 가 있는 세자를 구출하기 위해 연평도에 기항했다. 그때 병사들의 반찬을 마련하기 위해, 가시나무를 무수히 꺾어다가 지금의 당섬(堂島) 남쪽 ‘안목’에 꽂아놓았다. 물이 빠지자 가시나무에 걸린 물고기를 많이 잡았다고 한다. 이 고기가 조기이다. 때문에 전설로 보면 ‘아가씨나무’는 ‘아, 가시나무’가 변해서 된 말임을 알 수 있다.
그때 연평도에 갈 때, 막 페북 친구인 김창일이라는 분에게 연락을 했었다. 당시 김창일은 해양민속학자로 연평도 학술조사를 위해 일 년간 연평도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내가 갔을 때는 육지에 나와 있어 만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이후 자주 연락하고 만나서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그가 제주에 학예사로 나가 있을 때 내가 낚시하러 간 김에 그를 횟집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책을 내자고 했다. 그는 두 말 않고 OK 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공들인 책이 나오게 되었다. 바로 이 책 『물 만난 해양민속학자의 물고기 인문학』이다.
이 책은 현장에서 본 어부와 해녀의 삶의 이야기고 물고기와의 대화다. 우리나라 해양민속학자 중에서도 동해, 서해, 남해, 제주를 각각 1년 이상씩 해양조사를 한 학자는 드물다. 게다가 그는 경남 남해군 출신이다. 그러니 얼마나 우리 바다를 속속들이 이야기했겠는가? 이 책은 우리나라 바다에 관한 어떤 보고서보다 더 생동감 있게 우리 바다의 현실을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