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오만과 자기기만을 치유하고
겸손을 불러일으키는 잘 사는 삶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브라다탄은 논증과 스토리텔링, 학문과 영적 탐구 간의 경계를 기분 좋게 넘나들며 성공은 우리를 피상적인 사람으로 만들 수 있으나 실패는 우리를 겸손하고 더 주의 깊은 사람으로 만들고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고 결론 내린다. 성공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실패의 선물이 없다면 우리는 훨씬 더 가난해진다.
『실패 예찬』은 실패 자체를 위한 실패가 아니라 실패가 낳은 겸손, 그리고 실패가 촉발하는 치유 과정에 대한 것이다. 오직 겸손, ‘현실에 대한 자아를 버린 존중’만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하게 해줄 거라고 아이리스 머독은 규정한다. 겸손을 달성했을 때 우리는 질병에서 회복되고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스스로 존재의 얽힘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이 겸허함 없는 성공을 추구한다면 당신은 『실패 예찬』을 무시해도 무방하다. 당신에게는 이 책이 도움이 안 될 거고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만 할 것이다.
불완전하다는 사실과 합의를 못 하면 사는 의미가 없다
이를 깨닫게 하는 게 바로 실패다
실패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요소다. 실패에 관여하는 방식이 우리를 규정하는 것인 반면에 성공은 부차적이고 일시적인 것일 뿐 그리 많은 걸 밝혀내지 못한다. 성공 없이 살 수는 있지만, 우리가 완벽하지 못하고 불완전하며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합의를 못 하면 사는 의미가 없으며 이 전부를 깨닫게 하는 게 바로 실패다.
실패가 발생했을 때 우리와 세상 사이, 우리 자신과 타인 사이에는 거리가 생긴다. 우리에게 그 거리는 우리가 ‘들어맞지’ 않는다는 독특한 느낌, 세상, 그리고 타인들과 우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느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준다. 이 모든 것은 우리로 하여금 하늘 아래 자신의 위치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 그리고 그 일은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일 수도 있다. 이 존재론적 각성이 우리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고자 할 때 정확히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각성이 선행하지 않고서는 치유가 오지 않는다.
당신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이 당신을 치료할 수도 있다
뱀의 독은 독이자 약이다
『실패 예찬』은 실패의 진화하는 그리고 분명 확장하는 실패의 정의를 다룬다.
실패는 근본적으로 불편한 경험, 즉 삶 그 자체만큼 불편한 경험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이 당신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완전히 실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모든 여정 가운데서도 자신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가장 어렵고 가장 오래 걸린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 실패를 안내자로 두었으니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결국 이건 최고의 의사들이 항상 가르쳐 왔듯이 당신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이 당신을 치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뱀의 독은 독이자 약이다.
■ 책의 구성
저자는 실패 추구 방식이 바깥쪽 원에서 시작해 한 번에 한 원씩 서서히 이동하여 우리와 가장 가깝고 친밀한 형태의 실패로 나아간다고 한다.
가장 바깥에 있는 물리적 실패의 원에서는 시몬 베유가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꼈던 극심한 감정이 어떻게 자기초월과 자기 비물질화라는 평생 프로젝트로 이어졌는지 고찰한다.
다음 정치적 실패의 원에서는 마하트마 간디의 순수성 추구를 결코 멈추지 않으면서도 당대의 정치 속에 뒤엉켜 순수성과 완벽함에 대한 강박적인 욕구로 보인 불완전한 행동에 대해 알아본다.
다음 사회적 실패의 원에서는 사회적 실패를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실패를 개인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하는데, 대표적 인물로 에밀 시오랑에 대해 말한다. 시오랑은 부에 집착하고 일 중심인 우리 사회의 창조 신화를 전부 웃음거리로 만들며 능동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는 데 인생을 바쳤다.
마지막으로 생물학적 실패의 문제, 즉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실패의 원이다. 죽음으로부터 아무리 멀리 달아나려 애써도 죽음은 필히 우리를 따라잡을 것이다. 고전주의 철학자 세네카는 죽음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죽음을 이론적인 문제로 보기보다는 실용적인 문제로 보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정복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살게 한다고 믿었다.
『실패 예찬』은 이 네 주기를 통해 외형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위대한 사상가들의 삶을 통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