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포워드 인디스 대중문화부문 최종 후보작★
고유한 감성과 매력적인 세계는
잘 조합된 컬러 팔레트에서 나온다
누구나 한 번쯤은 영화를 본 뒤 영화 속 색감에 매혹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수년 전 개봉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파스텔톤의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큰 인기를 끌며 관객들 사이에서 ‘웨스 앤더슨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야기가 복잡한데도 인상적인 색상이 쓰였다면 관객은 충분히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색은 영화의 화면 안과 밖을 잇는 연결고리가 된다. 따라서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영화 제작에 앞서 기획 의도를 담은 컬러 팔레트를 중요하게 여긴다. 명작으로 칭송받는 영화나 영화사에 족적을 남긴 명화들은 모두 독특하고 고유한 컬러 팔레트를 가지고 있다. 박찬욱의 영화와 웨스 앤더슨이 감독한 영화를 스틸 사진만 보고도 서로 다르다고 구분할 수 있는 이유다. 영화는 사전에 설정한 컬러 팔레트 속 색상을 조합해 차갑거나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고,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거나 앞으로 닥칠 곤경을 복선으로 심어두기도 한다. 이렇듯 컬러만 잘 사용해도 이야기의 효과가 극대화되고 보는 사람의 감정을 창작자의 의도대로 이끌어낼 수 있다.
비주얼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를 위한 컬러 교양서
『컬러의 세계』는 영화 평론가인 찰스 브라메스코가 컬러 팔레트에 주목해 영화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 컬러영화의 태동기부터 디지털 아이맥스 영화에 이르기까지, 100년의 영화사를 관통하는 50편의 영화를 엄선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영화마다 추려낸 명장면과 그 안에서 추출한 컬러 팔레트가 화려한 색채를 뽐낸다. 우리에게 친숙한 할리우드 영화는 물론, 한국 영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박하사탕」도 함께 실려 있다. 저자의 치밀하고 날카로운 해설도 주목할 부분이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처녀 자살 소동」 속 핑크색으로 오늘날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 「중경삼림」에 쓰인 색채가 어떻게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지, 또 「박하사탕」의 영호가 왜 회색 양복을 입고 있는지 이 책은 알고 있다. 브라메스코는 영화 속에서 사용된 색의 의미와 의도를 하나씩 짚어내며 독자에게 의도가 담긴 컬러의 힘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어떤 색도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브라메스코는 영화 속 색감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순간, 일상 속 어떤 색이든 평범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한 번 색의 의도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무한한 세계가 펼쳐진다. 『컬러의 세계』의 목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관객을 매료시킨 화면 속 색의 의도를 파악하는 시선을 길러준다. 그리고 그 시선으로 현실 속 간판, 광고, 건축, 그리고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모든 대상의 속성을 색으로 관찰하고 비판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19세기의 색채 이론가 미셸 외젠 슈브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어떤 색은 그의 배경색을 바꾸기만 해도 다르게 느껴진다.” 『컬러의 세계』를 손에 든 독자라면 이 말을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색은 그 안에 담긴 의도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다르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그냥 지나치던 단조로운 일상 속 사물들도,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작업물이나 결과물도 이제는 의도를 담은 예술로 다시 보일 수 있다. 색에 주목해서 주변을 탐험하고 싶어지거나 자신의 결과물에 예술적인 색채 감성을 한 스푼 더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이제 페이지를 넘기기만 해도 영감이 쏟아지는 『컬러의 세계』에 입장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