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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신기해! 키도 좀 커지고 진짜 날씬해졌어!”
나는 거울 앞으로 코를 들이대고 살폈어요. 아영이 같기도 하고 나 같기도 한 얼굴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아영이보다 더 예쁜 거 같아!’
어디가 달라진 건지 딱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마음에 쏙 들었어요.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거 같았지요. 게다가 이렇게 날씬한 나라니요! 그림을 잘 그리게 됐을 때보다 공부를 잘하게 됐을 때보다 더 신이 났어요. 내가 어깨를 들썩이며 요리조리 거울을 보고 있을 때였어요.
“어머, 넌 어쩜 그렇게 예쁘게 생겼니!”
세면대에서 손을 씻던 아줌마가 감탄하며 말했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아줌마들도 한마디씩 거들었지요.
-본문 49, 50쪽
아이들이 우르르 앞으로 뛰어갔어요. 순식간에 나만 남겨졌지요. 난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나윤이를 가만히 바라봤어요. 나윤이는 늘 아이들에게 인기가 최고로 많았어요. 아이들이 나윤이를 흉보는 말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어요. 모두 나윤이를 칭찬하고, 뭐든 함께하고 싶어 했지요.
“인기? 그런 것쯤이야!”
나는 운동장을 두리번거렸어요. 아까보다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운동장을 보니 조금 걱정됐어요.
“설마, 없어진 건 아니겠지”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알록달록한 천막은 하얀 천막들 사이에 우뚝 그대로 서 있었어요. 마치 내가 또 찾을 줄 알았다는 것처럼 말이에요. 게다가 여전히 그 앞만 조용했지요.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쏜살같이 천막으로 뛰어갔어요.
-본문 60쪽
나무 아래에 앉아 있던 나는 천천히 일어서 호숫가로 다가갔어요. 돌멩이 하나를 집어 멀리 던졌지요. 내 마음처럼 어수선한 물결이 크게 일었어요.
“엄마 아빠가 나를 모르다니…….”
온 세상이 무너지고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어요. 나는 자꾸 차오르는 눈물을 훔쳤어요.
“학예회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을 뿐인데…….”
일이 왜 이렇게 꼬인 건지 모르겠어요.
나는 물에 비친 내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봤어요. 언뜻 그림을 잘 그리는 보라 모습이 보였어요. 공부도 잘하고, 똑 부러지는 세린이도 보였고요. 예쁘고 날씬한 아영이, 연예인처럼 춤을 잘 추는 가희, 인기 많은 나윤이까지 보였지요.
“모두 다 뽑으면 훨씬 멋진 내가 될 줄 알았는데…….”
나는 울먹울먹하며 어딘가 어색한 내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봤어요.
“…… 이게 정말 나일까……”.
-본문 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