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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흐름에 더욱 숙성된 빈티지 스윙
여유로운 재즈 발라드의 진수
재즈 기타리스트 탁경주 5th Album <You Are Too Beautiful>
재즈라는 음악 안에는 생각이상으로 여러 종류의 하위 장르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전통적인 재즈의 영역이라고 일컬어지는 스윙과 비밥은 재즈가 20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음악예술로 자리매김하는데 가장 크고 뚜렷한 변별점이자, 재즈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데에 지금까지도 최소 6할 이상은 차지하고 있는 기본이자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영역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이해가 열렸을 때 재즈라는 장르를 받아들이는 게 무척이나 수월해지는데 이게 말은 쉽지만 접근 자체가 우리에게 오래 전부터 익숙해진 팝/가요와 꽤나 상이한 점이 있어서 좀처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주된 리듬 악센트의 차이, 선율의 진행과 화성의 기반이 더 다양하고 복잡한데다 재즈 장르 전반적으로 보컬보다 연주의 비중이 훨씬 커서 여러 종류의 악기 소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인지와 훈련이 되어 있어야 접근이 용이해진다. 이런! 단지 이것만 이야기 하는데도 듣는 감상자 분들에게 마치 과제를 안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다니...! 미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의 수고는 해주셔야 재즈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들께서 그 정도까지 가까이 다가올 관심과 열정이 있으시다면 그 다음부터는 이전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들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비경을 만나실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은 감히 약속 드릴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재즈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리듬이자 본질이라고 말해도 좋을 스윙의 맛이란 무엇일까? 그 스윙의 흐름, 펄스(Pulse) 안에서 요동치는 재즈만의 비밥 선율과 하모니는 어떤 것을 이야기하는가? 적어도 이 질문에 대한 어색하지 않은 대답으로서 기타리스트 탁경주의 음악을 예로 드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한 선택이라고 이야기드릴 수 있다. 나름 인식의 폭을 갖고 있으신 열혈 재즈 팬들이 ‘이게 뭔 궤변이냐’라고 말하는 게 눈에 선하다. 물론 재즈사에 기록된 여러 거물급 레전드들의 이름을 먼저 언급하는 게 당연지사 순서이지만 지금 세대의 젊은 음악 팬들에게 오래전 할아버지 뻘, 때론 그 이상 연배가 되는 연주자들의 아카이브를 들춰보길 권하는 것 보다 현재 동시대를 살아가고 또 바로 우리 곁에 가까이 있으면서 상황이 된다면 직접 공연까지 볼 수 있는 젊은 뮤지션의 음악을 소개하는 게 좀 더 접근이 용이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니 아무쪼록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탁경주의 기타에는 1930~40년대 이후 재즈가 본격적으로 융성하기 시작했을 때 등장한 스윙과 비밥의 고유한 미감이 아주 잘 담겨져 있다. 예전 그의 음악에 관한 소개를 필자가 했을 때에도 이미 언급한 바 있는데 그의 기타 연주에 담겨진 손맛과 가진 음악성은 탈 팔로우나 바니 케슬, 허브 앨리스 같은 초기 재즈 기타 거장들에서 고스란히 이어지며 무엇보다 이 맛을 국내 연주자들 중에서는 아주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풀어낼 줄 안다. 특히 필자가 보기에 그의 기타연주에 담겨진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기존 곡의 멜로디와 화성을 자기가 직접 유연하게 마치 말하듯 엮어내며 호흡과 길이를 능동적으로 조율해낼 줄 아는 루바토/레가토적인 센스가 훌륭히 탑재되어 있다는 점에 있는데, 이런 성향의 기타리스트가 국내에선 무척이나 드물다. 그보다 매끄럽고 기술적으로 화려하게 연주하는 이는 여럿 거론 할 수 있겠으나 탁경주처럼 음표와 음표사이에 숨겨진 타이밍의 미감을 잘 꿰고 있는 연주자는 정말이지 흔치 않다. 그리고 재즈 연주자라면 이걸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 때, 감상자라면 이걸 제대로 듣고 느낄 수 있을 때 재즈가 갖고 있는 고유한 음악적 매력을 깨달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데 이 점에서 탁경주의 기타는 상당히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진정한 장점과 재능은 화려한 속주와 날렵한 테크닉에 있지 않으며 유연하고 충실한 스윙감과 이를 기반으로 풀어내는 맛깔스런 프레이즈의 운용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가 5년 만에 새로운 앨범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트리오 편성이다. 지금까지 탁경주는 4장의 정규앨범을 만들었는데 그중 트리오 편성이 두 장 있었다. 그 두 장은 트리오였으나 악기 편성에서 차이가 있었는데 본 작은 2번째 리더작이었던 <Jazz Guitar Classics> 와 이어지는 기타-베이스-드럼의 전형적인 기타 트리오 편성으로 연주되었다. 전작인 <Out of Control>에서 다소간의 음악적 변화를 시도했던 그가 다시금 자신의 장기이자 음악적 기반이 되는 트래디셔널 스윙과 비밥의 영역으로 회귀한 것이 이번 신작의 가장 뚜렷한 핵심인데. 개인적으로도 그 점이 무척 반가웠다. 전작에서처럼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무릇 뮤지션에게 필요한 과정이겠으나, 자신에게 가장 맞춤하고 또 내적인 감흥이 큰 본연의 영역으로 돌아온 것은 기분 좋게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편안함과 반가움을 전해줄 수밖에 없다. 앞서 글 서두에서 기타리스트 탁경주에게 체득된 가장 큰 장점이라고 언급한 스윙의 맛을 제대로 구현해내기 위한 가장 최적의 시도를 이번 신작에 담아내려고 의도한 점은,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들려주겠다는 심산인만큼 음악적인 충실함에 있어 일정 이상의 사전 신뢰를 주는 선택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관건은 한 가지! 지난 수년간 그의 연주와 음악이 과연 어느 정도의 내공과 깊이를 축적했을까 에 놓여 있다.
수록 곡 소개
첫 곡 You Won’t Forget Me 의 한 소절, 정확하게는 솔로 파트를 몇 마디를 듣는 순간 필자는 바로 직감했다. 그가 지난 5년 동안 계속 자신의 기타를 갈고 닦으며 고민해왔다는 것을! 인트로에서부터 흘러나오는 탁경주의 기타소리만으로도 이전 자신의 연주와 뚜렷하게 달라진 점을 느낄 수 있는데 그의 기타 톤 자체가 일단 더 둥글고 따뜻하며 넓어졌다. 싱글 노트로 연주하거나 코드 중심으로 연주하거나 상관없이 그의 기타는 더 풍성해 졌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이 점은 예전 작품들과 비교해 보면 더 확연하게 구분된다. 기타와 베이스 듀오로만 녹음된 Beautiful Love 를 들어보시면, 좀 더 쨍쨍하고 명료하게 나왔던 젊은 시절의 기타에 비해 한결 공간감이 커지고 소리의 입체적인 느낌이 들어서 그가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구나 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걸 스튜디오를 포함한 음향적인 환경 차이로 볼 수 없는 게 오히려 스튜디오 공간은 이전 앨범이 더 나았거나 최소한 비등했던데다 애초 연주자 스스로 톤을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가에 관한 부분에서 비롯된 것이며 녹음 공간의 자체 울림및 믹스다운으로 인한 변화와는 무관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최소 두 단계는 업그레이드 된 기타 톤에 걸맞게 유기적이며 알찬 내용의 솔로 라인들과 컴핑을 지속적으로 엮어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탁경주 스스로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고유한 손맛과 유연한 레가토/루바토적인 프레이즈로 스탠더드 넘버를 맛깔나게 풀어내니 듣기 좋을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리고 본작에서 탁경주는 전곡을 미디엄, 슬로우 템포로 일관해 연주를 풀어가고 있는데 바로 이 지점이 이번 앨범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이자 고유한 매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빠른 템포에서 연주를 풀어내는 것은 어느 정도 기술적인 숙련도가 있다는 전제하에 오히려 연주자들간의 변별력이 떨어지지만, 느린 템포에서 발라드나 혹은 이완된 스윙 연주를 충실히 잘 소화해내는 것은 생각이상으로 어렵다는 걸 국내외를 막론한 많은 연주자들이 이야기하곤 한다. 그 안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 멜로디와 리듬을 끄집어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탁경주는 예전부터 이 부분에 관한 이해를 갖고 있었다. (그가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발표한 1집 <Theme from Brooklyn> 을 들어보시면 필자의 견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아실 수 있을 거다) 그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작품은 음악적으로는 1집과 연결고리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때보다 연주의 내공 및 손맛이 더 깊어지고 음의 낭비가 별로 없으니 더 호감이 갈 수 밖에!
앨범 타이틀인 You Are too Beautiful 의 도입부 솔로나 앨범 말미에 수록된 유일한 기타 독주곡 Polkadots & Moonbeams의 사운드와 선율은 또 어떠한가? 느긋한 템포에 원곡의 아름다운 멜로디를 기반으로 한 그의 해석은 가슴이 절로 훈훈해지게 만들며, You Won’t Forget Me 와 더불어 앨범의 미드 템포 스윙넘버인 On a Clear Day 에서 기계적인 스케일 플레이는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유기적인 솔로와 컴핑이 오랜 스탠더드 넘버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이렇듯 과거와 비교해 이렇게 소리의 숙성도와 연주의 밀도가 높아진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연주자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니 평소 존경해 꾸준히 들어오던 에드 비커트(Ed Bickert), 그랜트 그린(Grant Green), 빅 쥬리스(Vic Juris), 지미 레이니(Jimmy Raney)와 같은 명인급 선배 연주자들의 플레이에서 지속적인 영감을 받았다고 하며 자신이 보기에 그들의 음악적 정점은 다른 어떤 것보다 미디엄, 슬로우 템포에서의 여유로운 스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이 여유로운 스윙을 잘 표현하기 위해 꾸준히 자신의 갈고닦고 방향을 모색한 결과가 이 앨범에 담겨진 것! 그리고 함께 팀워크를 맞춰낸 드러머 임주찬과 베이시스트 신동하의 서포트 또한 차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가운데의 알맞은 지점을 적절히 받쳐주고 있는데, 평소 국내 연주자들 사이에서 뛰어난 테크니션으로 알려진 두 사람임에도 탁경주의 의도와 방향에 따라 절제된 스윙을 연출해내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채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명의 보컬리스트 김주환과 임채희를 초빙해 함께 노래하는 모습도 이번 작품의 매력 포인트중 하나일 것이다. 탄탄한 기량과 안정된 보컬 소화력을 지닌 김주환은 자신의 최근 리더작인 <After Midnight>에서 들려주었던 절제된 발성과 감정을 속으로 수렴해 노래하는 방식을 그대로 이어 탁경주의 기타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직 기타와 보컬 듀오로 음을 풀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와닿는다. Tis Autumn 을 부른 임채희는 최근 국내 재즈 신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여성 보컬리스트중 한명인데 가진 목소리 자체가 담백하면서도 꾸밈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곡에서도 그런 점을 잘 부각시켜 노래하고 있으며 거기에 레이드 백을 살짝 머금은 가운데 감성적인 표현으로 원곡의 아름다움을 잘 부각시켜주고 있다.
Epilogue
예전부터 그의 연주에는 새로운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강한 자의식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좋은 멜로디로 가득 찬 즉흥연주를 들려주고자 하는 바람이 늘 담겨져 있었으며, 마치 이야기를 풀어내듯 듣는 이에게 아기자기하게 음을 전달하고 감화시키려는 의도가 최우선으로 드러나 있어서 개인적으로 들을 때마다 흐뭇했다. 이 점에서 새로움과 현대적인 것이 마치 가장 중요한 미덕인 것처럼 인식될 때가 있는 동시대의 재즈 신에서, 고전의 진득한 풍미를 다시금 일깨우는 흔치 않은 뮤지션으로서 탁경주는 분명 존재 의의가 있으며, 더욱이 이런 성향의 뮤지션이 무척이나 귀한 국내의 재즈 신에서 더욱 더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윙과 비밥, 그것도 느긋하고 여유로운 미드, 슬로우 템포 안에서 충실하게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아는 재즈의 전통미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이를 풀어낼 줄 아는 기타리스트! 그의 연주가 진정 아름답다고 느낄 줄 아는 재즈 팬들에게 운치와 격조로 가득한 이 앨범을 꼭 권해주고 싶다.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