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커리어의 끝은 내가 정하고 싶다”
여성의 커리어를 지켜내기 위한 단단한 응원과 현실적 생존 전략
30여 년간 누구보다 치열하게 앞만 보며 달려온 저자가 50대에 이르러 주위를 둘러보니, 그렇게 빛나던 여자 선배, 동료, 후배 들이 거의 남아 있질 않았다. 친구들 중 누군가는 유방암 투병 중이고, 누구는 자궁을 들어냈고, 누구는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아이의 대학 입시를 지원해야 해서 후배들이 회사를 떠나갔다. 임원까지 오른 선배나 동료도 사내 정치에 떠밀려서, 한직으로 좌천되거나 엉뚱한 업무를 맡아서 어느새 소리 없이 사라졌다.
저자도 비슷한 수많은 위기를 헤쳐나왔고, 결국 커리어를 포기하는 동료 및 선후배를 보며 안타까워했다. 이 책은 그 안타까움에서 출발했다. 저자는 이렇게 외친다. 우리가 왜 그런 요인들 때문에 커리어를 중단해야 하냐고. 왜 먼저 포기해야 하냐고. 하고 싶은 일이 있지 않냐고. 뭐가 됐든 부술 방법이 왜 없겠냐고. 원하면 길이 있다고.
이 책은 저자가 건강, 육아, 사내 정치라는 거대한 벽을 때로는 부수며 정면돌파하고 때로는 슬쩍 우회하며 커리어를 지켜온 기록이자, 한국 사회의 ‘일하는 여성’을 위한 ‘먼저 가본 선배’의 솔직하고 따스한 위로와 격려다. 박력과 유머가 넘치는 글을 읽다 보면 ‘맞아, 맞아!’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어느새 푹 빠져들게 된다. 중요한 미팅이 있는 날 하필 폭설이 내려 아이들을 돌봐줄 이모님이 늦으실 때는 같이 조마조마해지고, 면전에 대고 “남자였으면 진작 뒷골목에 불려가 한 대 맞았다”고 으름장을 놓는 남자 임원의 행태에 함께 분개하며, 그 빌런을 은밀하게 제거하는 작전에 통쾌해진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위로나 감정적 공감에 머물지 않는다. 스스로 위로보다 현실적 조언에 능한 T형 인간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족집게 정답은 몰라도, 오답은 알려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건강을 지키는 구체적 방법,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현실적 전략, 사내 정치에 휘말리지 않고 생존하는 노하우, 그리고 관리직 이후 새롭게 맞닥뜨리는 딜레마까지 솔직하게 풀어낸다.
“아프기 전에 병원 가자!”
건강과 체력, 완주를 위한 코어
여자들이 중도에 일을 그만두는 세 가지 요인 중에서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건강과 체력 관리의 중요성이다. 30대에 직장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미친 듯이 달려온 저자는 마흔 살이 되던 해 특별한 이유도 없이 호되게 앓고 2주간 회사를 쉬어야 했다. 여전히 여성에게 더 가혹하게 부과되는 가사와 육아의 의무, 남성 중심의 기울어진 조직에서 그들과 동등하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더 확실하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사이에서 자기도 모르게 몸과 정신을 혹사해온 것이다.
많은 여자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여자들이 스트레스성 질환과 우울장애에 더 취약한 이유다. 게다가 평생에 걸쳐 서서히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는 남자의 몸과 달리, 여자의 몸은 갱년기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겪으며 각종 질환의 위험에 노출된다. 여자들이 일찍부터 자신의 몸과 정신 건강 관리에 더 힘써야 하는 이유는 이렇게 “건강을 유지하기에 여성이 더 불리한 생물학적 조건과 사회적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틈만 나면 주변에 ‘병원 가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전도사가 된 까닭도 친구나 동료들이 아파서 일을 떠나는 것이 안타까워서였다.
“억울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라고 짐짓 냉정하게 말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체력과 건강 관리 방법은 친절하고 세심할 뿐 아니라 설득력이 강하다. 오랫동안 의료업계와 관련한 경력에서 쌓인 정보력과,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젊을 적부터 수많은 병원의 문턱을 드나든 경험이 응축된 현실적 조언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먼저 읽고 추천사를 쓴 『출근길의 주문』의 이다혜 작가는 “책을 읽다가 미뤄둔 건강검진을 바로 예약했다.”며 “이 귀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따로 전하기도 했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점은 병원은 ‘아프기 전에’ 가야 하는 곳이고, ‘슈퍼에 가듯’ 일상적으로 가볍게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하루아침에 병이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병은 몸이 보내는 크고 작은 신호들을 참거나 흘려보내다가 나중에 발견되는 결과일 뿐이다. 인생 치과, 산부인과, 정형외과를 고르는 법, 대표원장과 원장의 차이, 병원에 가기 전에 기록해두면 좋은 건강 노트 작성법, 20~50대 여성들의 세대별 건강 취약점과 맞춤 병원 안내까지 누구나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는 실용적인 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육아도 사회생활이다!”
엄마 네트워크에서 살아남는 지혜
통계에서 보듯이 기혼 여성의 가장 큰 경력단절 원인은 바로 ‘육아’다. 딸과 아들 하나씩을 키운 엄마인 저자도 그 고독하고 지난한 터널을 죽을 둥 살 둥 통과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애초에 우리는 육아와 직장일 모두를 완벽하게 할 수 없으며, 둘 중 하나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탓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둘 중에서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선택’해야 한다고 냉철하게 조언한다. 그리고 저자 자신처럼 일을 선택했거나 선택할 여자들을 위해서, 프로 엄마들의 네트워크에서 공존하기 위한 효율적 ‘전략’을 제시한다. 학기 초 학부모 모임과 굵직한 학교 행사 등은 반드시 참석할 것, 본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을 제시하고 필요한 도움은 적극적으로 구할 것, 무엇보다 프로 엄마들의 노력과 열정을 존중할 것. “엄마들이 모이는 곳은 결국 사회의 축소판”이고, “육아도 사회생활”이라는 것이다. 엄마도 그 과정을 즐겨야 오래 해나갈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예의가 없어서 (안) 죄송합니다!”
오피스 빌런과 성희롱, 감정 쓰레기통 취급에 대응하는 전략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남자들이 많은 직종, 특히 성 인지 감수성 교육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중소기업에서 여자 직원들의 삶은 여전히 남자라면 겪지 않아도 될 고난의 연속이다. “이전무가 남자였으면 진작에 뒷골목에 불려가서 한 대 맞았지.”라고 면전에서 내뱉는 남자 임원, “이상무님은 정말 예의가 없군요. 그냥 넘어가려 했으나, 아무래도 한 수 가르쳐드려야 할 것 같아 메일을 보냅니다.”라며 대표와 다른 임원들을 전부 참조에 넣어 자정에 메일을 보내는 남자 임원 등 온갖 ‘더러운 꼴’을 겪어온 저자의 이야기는 차라리 한 편의 누아르 영화다. 저자는 이런 구제 불능의 오피스 빌런을 현명하게, 그리고 ‘은밀하게’ 제압할 수 있는 ‘실전 기술’을 전수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기술’, 즉 감정적으로 나오는 상대에게 ‘팩트’로 차분하게 대응하거나 유연하게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노하우도 알려준다. 싸움 좀 해본 ‘센 언니’의 피가 되고 뼈가 되는 경험담을 들어보시라. 반드시 얻는 게 있을 것이다.
평범하지만 각자 특별한
바로 우리를 위한 이야기
『우리의 찬란한 완주를 위하여』는 화려한 성공 신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기업 신사업 분야 최초의 여성 임원, 다국적 기업 미국 본사의 최연소 임원, 주식과 코인으로 100억을 모은 투자 천재…… 미디어는 언제나 화려한 성공 스토리만을 비추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이 사는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 기업체의 99.9프로가 중소기업이고, 종사자의 81프로가 중소기업에 다닌다. 이 책은 스스로 ‘공부는 미친 듯이 열심히 하는데 내신 3등급인 언니’라고 말하는 친근하고 입담 좋은 저자가 쓴 바로 보통의 여자들을 위한 이야기다.
앞서간 여성 선배가 많지 않았던 시대에 팀장이 되었던 저자는, 이제 “여러분에게는 우리가 있다.”고 말한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버티고 있는 세대, 혹은 자리를 떠났지만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세대가 있다고 말이다. 그 대표로 저자가 내놓은 이 책은, 여성들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일을, 원하는 때까지 할 수 있도록 돕는 현실적인 완주 가이드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