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과 리듬이 만드는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이야기
태양이 오르간을 연주하며 아침을 열자, 누구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코끼리 버스에 올라타고 내리며, 버스는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누빈다. 시골 들판, 빌딩 숲이 빽빽한 도시, 번개가 치는 다리, 노을로 물든 하늘까지 페이지마다 바뀌는 풍경은 예상치 못한 시각적 즐거움을 안겨 준다. ‘태양 오르간, 태양 오르간’, ‘타세요, 내리세요’ 같은 반복 후렴구는 경쾌한 박자를 새겨 넣고, ‘꽃이 피었어요’, ‘나비 날아요’, ‘구름은 하얘요’, ‘코끼리 버스 달려요’처럼 짧고 단순한 문장들은 독자가 장면 속 냄새·소리·움직임을 머릿속에서 생생히 그려 보게 만든다. 아라이는 전통적 기승전결 대신 리듬과 이미지가 전개를 이끄는 서사를 택해, 독자가 글의 빈틈을 상상으로 채우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도록 이끈다. 특정한 교훈을 강요하기보다 아이와 어른 모두가 느끼고 공감하며 그림 속 세계를 탐험하도록 초대하는 것이다. 『태양 오르간』은 짧은 문장, 반복 리듬, 여백과 색의 변주를 통해 독자에게 코끼리 버스를 타고 여행한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고, 책장을 덮은 뒤에도 태양 오르간의 음계가 마음속에 잔잔히 울린다.
■ 오감을 깨우는 황홀한 색채의 오케스트라
『태양 오르간』은 연필·수채·오일 파스텔·콜라주·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가 한 화면에 겹쳐져 굵은 붓질과 선명한 색채가 음악의 선율처럼 흐른다. 동틀 무렵 밝아오는 빛, 번개가 치는 짙은 어둠, 노을로 붉게 물든 하늘, 구름이 가득 낀 하늘, 활기가 넘치는 분주한 도시, 시원한 하늘빛 바다까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색과 질감이 변주곡처럼 이어지며 독자들의 시각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또한 그림 옆 손글씨로 배치된 “꽃 피어 있어요”, “구름은 하얘요” 같은 짤막하면서도 강렬한 문장들은 “살아 있는 존재든, 무생물이든 모두 자기 존재를 기뻐한다”는 작가의 생각과 의도를 시각화한 장치로, 페이지마다 숨은 목소리를 찾아 읽는 즐거움을 주고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한다. 이처럼 즉흥성과 서정성이 어우러진 『태양 오르간』은 아라이 료지 특유의 대담하고 장난기 어린 화풍에다 리드미컬한 글이 만나, 단순히 보고 읽는 것을 넘어서는 종합 예술 체험을 독자에게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