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무엇을 대비하고 선택했을까?
재난 앞에서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사람의 아름다움
초강력 태풍 때문에 도시가 파괴되었다. 모든 걸 망가뜨렸고 더이상 갈 곳이 없는데도 태풍은 잠잠해질 기미가 없다. 시원함을 찾지 못한 태풍 앞에 캡슐들이 둥둥 떠다닌다. 캡슐은 얼음처럼 시원하고 녹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 안에 한 아이가 있다. 사람, 책, 고양이, 씨앗, 악기들이 들어 있는 시원한 캡슐을 품으니 서서히 잠잠해진 태풍은 아이의 말을 듣는다.
자연재해를 여러 번 경험한 사람들은 태풍이 될 회오리를 오랫동안 관찰하며 태풍의 진로를 예상했다. 하지만 태풍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초강력 태풍이 되었다. 만일을 대비해 사람들은 황폐해진 지구에서도 잠시 버틸 수 있는 캡슐을 만들었고,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캡슐에 가장 소중한 것을 넣었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야 하는 선택 앞에서 사람들은 미래를 선택했다. 사람들은 자기 목숨을 양보해 캡슐 안에 책을 넣고 반려동물을 넣고 식물을 넣고 아이들을 넣으며 미래를 준비했다. 자연을 훼손한 사람들은 시원한 캡슐을 만들어 태풍을 잠재우기도 했다. 태풍에서 하나둘 풀어져 나와 부드러워진 회오리들은 먼바다로 가기 전에 떠다니는 캡슐들을 안전한 곳에 내려놓는다. 태풍이 물러간 하늘은 푸르고, 쌓인 매연과 열기들은 쓸려가고 더러운 강바닥은 깨끗해졌다. 그리고 캡슐 없이도 탈출해서 살아남았던 사람들이 돌아온다. 캡슐 문을 열고 나온 아이는 아기 회오리가 스치며 날리는 머릿결에 기분 좋게 말한다. “산들바람이 불어요!”
기분 좋게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미래를 양보한 사람들이 만든 바람인 것이다. 자연재해 앞에서 선한 마음을 발휘하기란 생명의 본능을 뛰어넘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은 뛰어넘는다. 『태풍이 된 회오리』 는 이렇게 사람의 가치를 빛내 주는 동화다.
■ 내용 소개
먼바다에 사는 아기 회오리들은 바다가 너무 뜨거워져서 바다를 벗어나려고 한다. 뜨거운 바다를 피해서 하늘로 올라가려면 회오리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점점 하늘을 뒤덮는 태풍이 되어서 시원함을 찾아 나서는 회오리들. 사막은 뜨거운 모래바람이 불고 산은 불바다다. 바다와 사막, 산불에서 모아진 열기까지 합쳐져 초강력 태풍이 되어버린 회오리들은 바다를 뜨겁게 만든 사람들이 사는 대도시로 향한다. 태풍 때문에 도시는 파괴되었고, 태풍은 마지막까지 시원함을 찾지 못했다. 그때 둥둥 떠다니는 시원한 캡슐을 품는다. 태풍은 캡슐 안의 아이에게서 사람들이 태풍을 대비하고 가장 중요한 것을 선택했다는 말을 듣는다. 캡슐 안의 책, 동물, 씨앗들은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양보한 것이었다. 시원한 캡슐 때문을 품으니 점점 작아져서 다시 아기 회오리가 된 산들바람은 아이의 볼을 스치며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