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언제나 유행의 한가운데에 서 있지 않았다.하지만 시장이 다시 평정을 찾을 때면, 언제나 가장 좋은 자리에 서 있었다.
워런 버핏은 투자 세계에서 흔히 말하는 ‘천재’는 아니다. 그는 급등하는 종목을 기가 막히게 집어내는 트레이더도 아니고,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먼저 손에 넣는 전설적인 정보통도 아니다. 그는 멀리 바라보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가 지켜온 원칙은 단순하다. ‘좋은 회사를 적당한 가격에 사서 오래 보유하라.’ 누구나 알만한 이 문장을 누구보다 철저히 실천해왔다. 그 단순함은 그의 투자 인생을 관통하는 중심축이었고,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되었다.
세상은 언제나 서두른다. 유행을 좇고, 속도를 내며,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한다. 정보는 넘쳐나고, 기회는 한순간에 지나간다. 모두가 앞서가려 애쓸 때, 버핏은 냉철히 분석하고 묵묵히 기회를 기다린다. 그는 남들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기회가 오면 누구보다 단호하게 움직인다. 그가 말하는 ‘기다림’은 관망이 아니라 집중이다. 더 분명해질 때까지 바라보고, 납득할 때까지 분석하는 것이다.
버핏은 “누구나 인생에서 20번의 결정만 잘 내려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단순한 부의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기준으로 내려야 하는지를 말하는 통찰이다. 모든 선택에서 정답을 맞힐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결정을 내왔는가이다. 그 기준은 외부에서 주어지지 않으며, 자기 내면에서 길러져야 한다.
이 책은 워런 버핏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선택의 바탕에 어떤 태도가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어떤 원칙을 지켜왔고, 그 원칙이 시간 앞에서 어떻게 검증되었는지를 볼 수 있다. 그는 스스로를 증명하려 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을 두고, 그가 선택한 길이 옳았음을 보였다. 그는 유행이 지나간 자리에서 늘 같은 말을 남긴다.
“중요한 건, 결국 시간이 말해준다.”
버핏의 투자 철학은 단지 자산을 불리는 기술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 앞에서 필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기준이고, 그 기준은 자신만의 판단과 태도 위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버핏은 그 기준을 삶의 가장 깊은 자리에 두었고, 그것이야말로 그를 흔들리지 않는 투자자로 만든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