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매칭되는 완벽한 연애의 세계
변수 없는 사랑에 대한 수상하고 명랑한 실험
“도대체 연애란 어떻게 해야 감정 낭비가 아닌 것인가.”
『하트 세이버』에서는 ‘일상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사건, 사랑’, 로맨스×비일상을 키워드로 하여 연애 매칭 업체 ‘하트 세이버’라는 특별한 소재로 변수 없는 사랑에 대한 수상하고 명랑한 실험을 펼친다. 꽃집을 운영하는 주인공 ‘혜인’은 주간 행사처럼 매주 다투던 전 남친과 헤어진 날 밤 SNS에서 하트 세이버 광고를 본다. 하트 세이버는 피 한 방울로 성향과 취향이 꼭 맞는 운명의 상대를 찾아주는 연애 매칭 업체로, 혜인은 더 이상의 시간도 감정도 낭비하지 않고 잘 맞는 짝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홀린 듯 주문 버튼을 누른다.
행복한 연애를 꿈꾸시나요? 나에게 꼭 맞는 사람을 찾아 헤매다 지쳤다고요? 더 이상 귀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 하트 세이버는 다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특수 검사지를 통해, 피 한 방울에서 약 2500가지의 기질적 특징을 찾아내 분석합니다. 그리고 그 특징이 99퍼센트 이상 일치하는 짝을 찾아 매칭해드립니다. (24~25쪽)
그렇게 반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혜인은 하트 세이버 전담 매니저에게 연락을 받는다. 매칭에 성공했다는 매니저의 말에 하트 세이버를 신청했었다는 기억을 떠올린 혜인은 매칭된 예비 연인의 전화번호를 손에 넣는다. 그리고 이루어진 카페에서의 첫 만남에서 혜인은 ‘재민’이 자신과 매칭된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본다. 굵직한 인생관부터 사소한 습관까지 똑 닮은 혜인과 재민, 서툰 시행착오 없이 두 사람은 급속도로 서로에게 빠져들고 자연스럽게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하지만 정말로 아무도 슬픔을 겪지 않는 로맨스는 가능한 것일까?
서툰 시행착오 없이 순조롭게 시작하는 사랑
아무도 슬픔을 겪지 않는 로맨스는 가능할까
이 사람은 내게 맞는 짝이 아니라는 생각, 분명 어느 다른 곳엔 이 사람보다 훨씬 더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지금 이 연애는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한 연습에 불과하다는 감각.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연애가 마냥 즐거울 리가 없었다. 수없이 크고 작은 싸움을 반복하다 결국 지쳐 나가떨어지고 나면 남은 건 상처투성이 마음뿐이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이번에는 정말로. (30쪽)
『하트 세이버』에서 중요한 화두는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시간과 감정의 낭비 없는 로맨스의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러한 로맨스가 정말 행복한 연애로 이어질 수 있을지 묻고 있다. 「작업 일기 : 연애 이야기, 좋아하세요?」에서 작가는 “사랑이란 서로 비슷한 사람들이 만나 더욱 비슷해져가는 과정”(71쪽)이라고 믿었던 시절을 지나 “사랑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각자의 다름을 유지한 채 섞여 새로운 다름을 만들어내는”(72쪽)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혜인이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사랑하게 된 재민에게서 다름을 발견한다면 어떨까. 그 로맨스의 끝은 이별일까? 아니면 다름을 받아들이고 비로소 서로를 진정으로 마주 보는 새로운 로맨스의 시작일까? 어쩌면 그것은 전에 가닿은 적 없는 또 다른 사랑의 영역으로 가는 첫발일지도 모른다고, 『하트 세이버』는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달달북다’는 12명의 젊은 작가가 로맨스×칙릿(김화진, 장진영, 한정현), 로맨스×퀴어(이희주, 이선진, 김지연), 로맨스×하이틴(예소연, 백온유, 함윤이), 로맨스×비일상(이유리, 권혜영, 이미상)의 테마를 경유해 각별한 로맨스 서사를 선사한다. 독자들은 오늘날 각기 다른 형태로 발생하는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