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알면 보이는 세상”
마이니치신문 과학부장이 일상에서 발견한 과학적 통찰
교육학을 전공한 문과 출신이지만 일본의 권위 있는 신문사인 《마이니치신문》에서 과학 기자로 2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이 책의 저자 모토무라 유키코는 이번 책에서 자신의 간판을 벗어던졌다. 대신 스스로를 ‘잡식성 과학 기자’라 칭하며, 과학이라는 넓은 세상 속에서 발견한 작고 소소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세상을 읽는 과학적 시선』은 인류의 과학이 눈부신 도약을 이룬 최근 수년간 그녀가 신문과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을 정리한 책으로, 화려한 발견이나 대단한 성취보다는 일상의 틈새에서 발견한 과학적 통찰을 가득 담고 있다.
저자는 기생충을 사랑한 박사의 열정, 고양이가 좋아하는 개다래나무의 비밀, 그리고 우주여행에 관한 철학적 질문까지 다채로운 주제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물리학자와 생물학자, 환경운동가와 과학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고, 그 속에서 독자는 과학의 본질을 새롭게 깨닫는다. 이 책에는 화려한 연구 성과 뒤의 고민과 열정, 그리고 때로는 실패의 기록까지 녹아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과학이란 단순히 성공적인 프로젝트나 첨단 기술의 대명사가 아니라, 우리 삶을 구성하는 모든 작은 순간 속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과학과 인문학이 어우러진 지적 여정
삶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깨달음
저자는 과학이 가진 양면성을 다채롭게 조명한다. 원자력과 환경 문제, 전쟁과 기술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독자들에게 “우리는 과학을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과학의 빛과 어둠을 모두 다룬 저자의 글은 독자가 과학을 단순한 도구로만 인식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ㆍ윤리적 맥락에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과학이 가져온 혜택은 크지만, 그 이면에 남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전해진다.
저자는 과학을 어렵고 거창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 책의 글은 우리에게 과학적 사고란 곧 호기심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크고 놀라운 사건이 아니라 작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가장 빛난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히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독자들에게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특히 돋보이는 것은 라쿠이 하나가 그린 일러스트다. 동물이나 풍경을 특징적으로 담아낸 삽화들은 글과 어우러져 감성을 더한다. 원고를 보고 영감을 받은 라쿠이 하나가 그려낸 그림은 과학적 주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책을 읽는 즐거움을 한층 더 풍부하게 한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듯, 저자는 작은 이야기들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힘을 말한다. “VUCA(급변하고 불확실하며 복잡하고 애매한)의 시대에도 우리는 눈앞의 일들을 해내야 합니다. 작은 행동들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며 글을 써왔습니다.”라고 했듯이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과학을 어려워하거나 자신과 멀게 느끼는 이들에게 따뜻하고 친근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호기심 많은 독자라면 이 책에서 과학의 스펙트럼을 넓혀 보다 흥미로운 지식과 의외로 서정적인 과학의 이면을 발견할 수 있다. 『세상을 읽는 과학적 시선』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위, 아래, 그리고 대각선으로 시선을 확장하며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과학의 창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