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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뚫기

어둠 뚫기

  • 박선우
  • |
  • 문학동네
  • |
  • 2025-03-05 출간
  • |
  • 256페이지
  • |
  • 133 X 200mm
  • |
  • ISBN 979114160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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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반복되는 체념과 무력감이 얽히는 평범한 일상에서
‘읽고 쓰는 일’을 통해 비로소 감각하게 되는 내밀한 공명

『어둠 뚫기』는 삼십대 남성 ‘나’가 살면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들이 마치 패치워크처럼 서로 맞물리며 뻗어나가는 소설이다. ‘나’라는 거대한 조각을 이루는 여러 요소 중 하나는 직장인이라는 점이다. ‘나’는 매일 아침 여섯시 반에 일어나 회사로 향하는 출판사 편집자이다. 뭇 직장인들이 그렇듯 ‘나’는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반복하며 피로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때때로 직장에서 실망과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집에 돌아오면 졸도하듯 잠들면서도 업계를 떠나거나 이직할 마음을 먹지는 않는다. 첫 직장이었던 증권사에서 더 최악의 경험들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곳에서 성별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퇴근 후 남자 직원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는 자리에 끌려갔었고, 성적인 농담과 희롱이 난무하는 시간을 견뎌야 했다. 다음날 같은 부서의 여직원들에게 둘러싸여 ‘대체 그런 자리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추궁당하면서 ‘나’는 생각한다. 이런 일이 비단 회사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나’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군대와 회사에서 모두 ‘남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조롱의 대상이 되었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성적인 농담을 하지 않아서, 노래방 도우미들과 놀지 않아서 ‘나’는 남자들에게 늘 무시당해왔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동성애자인 ‘나’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나’는 스스로에게 “내가 남자야?”(43쪽)라고 질문하고 “정말이지 내가 그들과 같은 종속이라 느낀 적이 살면서 단 한순간도 없었다”(같은 쪽)고 대답한다. 그러나 ‘나’는 생물학적으로 남자이기에 어느 집단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한다.
그런 ‘나’가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건 “예술대학원에 진학하여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동성애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93쪽)다. 하지만 소설을 쓰는 일도 직장생활과 마찬가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나’는 작가이기 전에 편집자이기에, 출판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출판계 사람들이 작가가 “추구하는 미학이랄지 고유의 문학성을 아낌없이 지지해주”(88쪽)지 않는다는 것도, 판매가 부진하면 다음 책 출간이 어렵다는 것도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쓰는 일에 대한 애정을 거두지 않는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을 쓰는 일”이고 “자신을 쓰기 위하여 타인을 경험하고 감득하는 일”(106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가 한 아카데미에서 소설 창작 수업을 담당하면서 경험한 일은 ‘읽고 쓰는 일’이 어떻게 우리를 결속시켜주는지를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수강자들에게 각자가 가진 ‘작은 비밀’에 대해 쓰는 과제를 낸다. 수강자들이 한 명 한 명 자신의 글을 읽어내려가는 순간, ‘나’는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내밀한 공명”(109쪽)을 감각한다. 수업이 끝나고 ‘나’와 수강생들은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서로가 글을 통해 잠시나마 연결되었었다는 것을 깊이 체감한다.

“만약에 신이 있다면,
그래서 나와 엄마 둘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나는 엄마를 이해해보고 싶었다.”

단단한 바늘땀을 풀어 가늘고 헐겁게 시침질하듯이
나를 하나씩 잃어가며 비로소 새롭게 나와 타인을 만나는 경험

‘나’의 삶을 구성하는 또하나의 큰 축이 있다면, 그건 삼십칠 년간 한집에서 함께 살아온 엄마와의 관계이다. 일평생을 함께 살아왔음에도 ‘나’는 엄마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엄마와 함께한 세월에 힘입어 가끔 엄마를 이해했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알겠어, 그래, 뭔지 다 알겠다고, 아마도 이런저런 이유 때문이겠지, 맞아, 분명해, 바로 그런 걸 거야”(13쪽) 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도 있지만, 엄마는 늘 ‘나’의 이해를 배반하고 “제멋대로에 철면피에 안하무인에 불가해”(같은 쪽)한 영역으로 홀연히 떠나버린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왔음에도 ‘나’는 왜 엄마를 이해할 수 없는 걸까? 단순하게 말하면 엄마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엄마에게 두 번이나 커밍아웃했지만 철저하게 외면당했고, ‘나’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엄마는 “우울증이 무슨 감수성 과잉이나 의지박약, 철딱서니 없는 응석인 것처럼”(174쪽) 비난하기도 하며 ‘나’가 소설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해도 “그러게 누가 소설 같은 거 쓰래? 다 너 좋자고 하는 일이잖아”(98쪽)라며 ‘나’의 고민을 일축해버린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와 자신의 교집합을 찾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 그리고 그러다보면 아주 가끔은 엄마 역시 ‘나’에게 화답해오는 순간이 찾아온다.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206쪽)다는 ‘나’의 푸념에 엄마가 삶을 포기하려 했던 순간을 털어놓는 장면은 ‘나’와 엄마의 거리가 불현듯 좁혀지며 뭉클함을 자아낸다. ‘나’와 형이 어렸던 시절, 홀로 생계를 꾸려야 했던 엄마는 연탄을 이용해 다 함께 목숨을 끊으려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린 ‘나’가 자꾸 잠에 들지 않고 보채는 바람에 엄마는 ‘나’를 어르고 달래다가 깜빡 잠들고 만다. 그리고 아침이 밝아 눈을 떴을 때 화들짝 놀라 ‘나’와 형의 코밑에 손가락을 대본다. 그때 엄마가 느낀 숨은 아주 뜨거웠다. 엄마는 그 숨 때문에 계속 살기로 마음먹는다.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엄마는 말한다. “그러니까 살아, 이놈아.”(208쪽) ‘나’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엄마를 완벽히 이해하기보다도 그런 뜨거운 숨결을 느낀 순간을 공유하는 게 아니었을까. ‘나’는 엄마와 자신이 “어떻게 해도 서로 끼워 맞출 수 없는” “전혀 다른 모양의 퍼즐 조각이나 마찬가지”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연습”(191쪽)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엄마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받아들임으로써 역설적으로 엄마의 삶에도 절대로 바뀔 수 없는, 정해진 모양이 있음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 역설적인 이해를 마주한 순간, ‘나’는 “너무나도 한심하여 헛웃음이 나올”(같은 쪽) 것 같은 감정을 느끼며 도무지 엄마를 이해할 수 없음에도 엄마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어둠 뚫기』는 자신을 둘러싼 어둠을 진솔한 말투로 한 겹씩 벗겨내며 “속는 셈 치고 하루만, 오늘 하루만 더”(221쪽)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나’는 “왜 살아야 할까”(13쪽)라는 질문을 일상적으로 던지는, 얼핏 보면 삶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를 가진 듯한 인물이지만 동시에 “뭔가를 실감하는 일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것 같았다”(213쪽)고 말하며 삶과 사랑에 대한 애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어떤 화려한 미학도 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진지하고 깊은 탐색만큼 감동적일 수 없으며, 가장 치열한 모험은 형식이 아닌 인간의 본질 그 자체에 대한 것”(소설가 김홍)이라는 심사평을 상기시키는 면모이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작가 박선우가 어둠을 뚫어나가며 소설을 써내려가는 단 하나의 비결일 것이다.

목차

1 껍질 깎기 _009
2 망명 _049
3 위안에 관하여 _095
4 남자들 _129
5 마, 마마 _163
0 _215

심사평 _223
수상 작가 인터뷰│오혜진(문학평론가) _239
수상 소감 _251

★ 박선우 │ 2018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우리는 같은 곳에서』 『햇빛 기다리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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