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 주의! 탁월한 시체 활용!
시체가 관통하는 네 가지 본격 미스터리!
『시체로 놀지 마 어른들아』는 구라치 준이 작가 데뷔 30주념을 기념해 내놓은 본격 미스터리다. 강렬한 표지와 인상적인 제목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내듯 총 네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시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다만 평범한 시체가 아니라 이상하고 기괴한, 상식적이지 않은 시체를 놓고 어떻게 그런 시체가 되었는지를 논리적으로 추리하는 하우더닛에 중점을 둔다. 네 에피소드를 간단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산장으로 떠난 여행에서 맞닥뜨린 좀비 떼, 그로 인해 갇힌 산장에서 좀비에게 물려 사망한 시체를 다룬 「본격 오브 더 리빙 데드」. 이미 저지른 범죄를 상담해 주는 상담소에 자신이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며 찾아온 세 명의 상담자, 그런 그들이 각자 경험한 기묘한 상황을 논리적으로 파헤치는 「당황한 세 명의 범인 후보」. 40년 전 주택가의 한 밀실 오두막에서 일어난 ‘죽은 자가 산 자를 죽인 듯 보이는’ 동반 자살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그것을 동반 자살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산속 강가에서 두 팔만 여성의 것으로 바꿔 끼워진 남성 시체가 발견되고, 이 엽기적인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시체로 놀지 마 어른들아」. 어느 에피소드 하나 기발하지 않은 것이 없고 전부 기상천외하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들이 단순히 특수한 설정이나 소재만으로 이목을 끄는 것이 아니라 본격 미스터리라는 기본적인 탄탄한 토대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이 작품의 진가이다.
네 단편을 읽어가다 보면 각각 색다른 방식으로 구축된 퍼즐을 즐길 수 있다. 기이함은 기이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트릭으로 치밀하게 작동한다. 불가능할 법한 설정이 작가의 치밀한 논리와 설득력으로 어느새 타당성을 확보한다. 자신도 모르게 작가의 이야기에 매료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제각각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는 단편들이 작품의 끝에서 연결되는 기발한 방식에서도 마지막까지 재미를 놓치지 않은 작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시체로 놀지 마 어른들아』는 본격 미스터리가 얼마나 유연하고 재미있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품을 통해 시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파격적인 소재와 유머, 충실한 논리를 한꺼번에 맛보시기를 바란다.
어떻게 그런 시체가 되었는가?
여름 산장에서 벌어진 참극. 살인범은 좀비!?
구라치 준은 1993년 도쿄소겐샤에서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가 겪은 기묘한 일의 해답을 공모하는 독특한 추리 경연의 ‘문제편’에 필명으로 참가해 ‘해답편’을 써서 와카타케 상을 수상했다. 즉 필명으로 한 데뷔이지만 그 뛰어난 감각이 높이 평가되었는지, 이듬해 곧바로 구라치 준 본명으로 된 첫 단행본이 출간된다. 1994년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의 첫 번째인 『일요일 밤에는 나가고 싶지 않아』이 바로 그것이다. 그 이후로 활발히 활동하며 1997년 눈으로 격리된 산장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으로 제5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부문 후보에 올랐다. 2001년에는 한적한 지방 도시에서 일어난 묻지 마 연쇄 살인을 다룬 『항아리 속의 천국』으로 제1회 본격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나가는 녹색바람』, 『점쟁이는 낮잠 중』, 『방과 후 탐정대』, 『슈크림 패닉』, 『가타키리 다이사부로와 XYZ의 비극』, 『황제와 권총과』, 『작가들』 같은 작품을 선보이며 왕성하게 작가 활동을 해온 구라치 준은 작가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시체로 놀지 마 어른들아』라는 선물을 세상에 내보였다. 이는 대담함과 세련됨이 결합된 미스터리로, 기상천외함과 충격이 어우러진 자극을 선사한다. 게다가 가볍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어 가독성도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물론 시체를 활용하는 방식은 일품이다. 여러 측면을 종합해 봤을 때 『시체로 놀지 마 어른들아』는 기념비적인 해를 장식하기에 더없이 걸맞은 한 권이라 할 수 있다.
서평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말을 빌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시체를 이렇게까지 유용하게 활용하면 이토록 기묘한 상황도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있구나! 작가가 제시한 네 가지 시체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뛰어난 시체 활용도에 따라 현실에서 성취될 수 있음이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증명된다. 그 퍼즐이 하나씩 맞춰질 때의 쾌감은 작가가 일생을 거쳐 쌓아온 노련함과 기발함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일 터이다.
이러한 기묘한 발상은 단순히 참신한 트릭에 그치지 않는다. 독자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음에는 어떤 시체가 등장할까’라는 긴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추진력이 된다. 즉, 시체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이야기의 핵심 축으로 작동하고, 그 자체가 이야기의 리듬과 논리를 이끌어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작가의 상상력이 논리와 맞물려 발휘될 때 얼마나 큰 에너지를 갖게 되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