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진 시인의 시집은 감각과 사유, 일상과 철학을 정교하게 직조한 서정시의 뛰어난 성취다. 이 시편들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서 기억의 윤리를 형성하고, 자연과 도시, 가족과 사회를 깊이 감응하는 방식으로 삶을 사유하게 만든다. 정제된 언어, 유연한 구성, 탁월한 이미지 감각은 그의 시세계를 독보적인 미학으로 이끈다. 무엇보다도 시인은 고통을 애도로, 애도를 사랑으로, 사랑을 언어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통해 독자에게 지속 가능한 감동을 제공한다.
특히, 전통적 서정시의 언어를 재구성하면서도, 현대인의 감각과 정서를 정직하게 반영한다. 정서의 밀도를 유지하되 결코 무겁지 않고, 감각의 깊이를 확보하되 난해하지 않으며, 서정적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고루하지 않다. 김덕진 시인의 언어는 삶을 구성하는 다층적 감정들을 조용한 언어로 호출하며, 독자의 내면에 온기 있는 울림을 남긴다. 이러한 조화 속에서 그는 독창적인 미학과 감응의 리듬을 완성해 낸다.
-손근호(시인·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