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서 32년간 근무한 뒤 자유인으로 고향 텃밭을 일구며 사는 영원한 청년 신세호가 시인이 되었다.
신세호 시인의 이번 첫 시집 출간은 의외였다. 평생 글을 끄적이며 살았던 문학청년이었다면 당연지사로 생각할 텐데, 글쓰기 활동과 평소 거리가 멀게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창 시절 국어가 좋았던 기억으로 좀 더 깊이 있게 공부 좀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퇴직 후 방송대 국문학과를 다녔다고 하니, 시인이 되는 그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고향 텃밭 400평은 혼자 힘으로 관리하기에 힘에 부칠 텐데, 몇 년째 삽과 낫 그리고 괭이만 가지고 자급자족 농사를 짓고 있는 신세호 시인, 그 우직한 열정으로 100여 편의 시 묶음을 우리 출판사로 보내온 게 몇 달 전이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4학년, 뒤늦게 문학에 대한 매력에 푹 빠져 이 가을 멋진 시집을 세상에 내놓는 이번 작업은 분명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왜 시집 제목을 『심호흡하며 읽는 시』라고 했는가에, “어렸을 때 매우 가난했고, 가난에 대해서 잘 알았고, 그래서 어렵게 사는 사람을 보면 그 어려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사연을 마주할 때면 심호흡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분노하거나 탄식하는 대신 심호흡을 하면 마음이 가라앉고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세상살이가 힘들지만, 심호흡하며 살아가자는 의미입니다.”라는 답변을 기억한다.
지인들과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온화하게 사는 신세호 시인의 첫 시집 『심호흡하며 읽는 시』를 천천히 읽으며 편집자의 마음속에는 아주 작은 울림이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멋진 시집을 펴낸 신세호 시인에게 다시 한번 축하를 건넨다. 윤작가 (출판 편집자) ⓒ 837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