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 삶의 흔적을 따라 피어난 문학의 향기
어떤 책들은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그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 자체가 한 사람의 삶과 숨결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십수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마침내 종이책으로 세상에 나온 이 서정시조집은, 작가님의 문학적 여정뿐만 아니라 인생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깊은 감동과 공감을 자아냅니다.
시인이자 수필가로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교사로서 치열한 삶을 살아오신 작가님의 발자취는 이 책의 곳곳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주인’이라는 시에서 느껴지는 궂은일과 힘든 일을 마다치 않고 “전체를 책임지는 사람”의 모습, “죽어가는 것 살리는 사람”의 따뜻한 시선은 작가님이 걸어오신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며 문학으로 교감했던 시간, 도서관 업무를 통해 독서와 문학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였던 모습에서 우리는 타인을 향한 헌신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작가님의 진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가을이 우네’와 ‘코스모스’ 시에서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피어나는 아련함과 생명의 경이로움,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섬세한 필치로 그려집니다. 특히 “쉽게 쓰러지지 않아”, “여리지만 귀여운 꽃”이라는 코스모스에 대한 묘사는 작가님의 강인하면서도 순수한 내면을 반영하는 듯하여 더욱 인상 깊습니다. 가을이라는 시간과 코스모스라는 존재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노래하는 작가님의 시선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합니다.
또한 ‘나의 나들이’를 통해 씨얼문학 동인 활동의 추억을 더듬는 부분에서는 작가님의 문학적 뿌리와 성장의 과정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서울과 전라도를 오가며 문학적 열정을 불태웠던 젊은 날의 모습, 문학 선배들과 동료들에게 보내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은 이 책이 단순한 개인의 기록을 넘어, 문학 공동체 속에서 함께 피워낸 아름다운 결실임을 증명합니다.
“문학동네에 들어온 소감”이라는 글은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일 것입니다. 종이책으로 자신의 시조집을 엮으며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작가님의 진솔한 소회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씨얼문학 동인 활동을 통해 시조 작가로 등단하고, 수필 문학에까지 발을 넓히게 된 과정, 그리고 잠시 글쓰기를 잊고 살았던 시간들을 거쳐 다시금 독서와 문학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습니다. “독서와 문학은 나의 삶이 되었고 학생들과 소통을 하고 교감을 하는 즐거움으로 동료교사들과도 활동을 하였고, 일터에서 보람을 찾아 문학교사로서 퇴직을 하게 되었다.”는 고백은 작가님의 삶이 곧 문학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개인의 작품집이 아닙니다. 이 책은 한 영혼이 겪어온 삶의 굴곡과 그 속에서 피워낸 문학적 성취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삶의 의미와 문학의 가치를 되묻게 합니다. 작가님의 펜 끝에서 탄생한 글들은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며, 때로는 잊고 있던 순수한 감정을 일깨웁니다.
저희 출판사는 이 책을 독자 여러분께 선보이게 되어 더없이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인생 1막의 아름다운 마침표이자, 인생 2막의 찬란한 시작을 알리는 이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영감을 선사하리라 확신합니다. 부디 이 책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소중한 문학의 향기로 남기를 바랍니다.
시인 오태영(진달래 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