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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설화 (원춘호 사진집)

죽림설화 (원춘호 사진집)

  • 원춘호
  • |
  • 하얀나무
  • |
  • 2025-06-21 출간
  • |
  • 264페이지
  • |
  • 230 X 245mm
  • |
  • ISBN 979119295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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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흔들리는, 곧은, 마디마디 ‘흰 그림자’

최재목(영남대 철학과 교수, 시인)

흐름, 흔들림 속으로
바람의 ‘흐름’은 사물의 ‘흔들림’을 낳는다. 보이지 않는 공기가 공간 속을 이동하면서 자신이 그곳에 ‘있음’을, 사물의 움직임으로 알려 준다. 그 뒤에 빛(=양)과 그늘(=음)의 따스하거나 차가운 손길이 있다. 이런 온도의 변화는 무언가를 고요히 혹은 시끄럽게 흔들어준다. 어떤 움직임은 ‘시간’의 흐름이며, 공간의 드러남이다.
사물은 시간과 공간을 수직으로 또는 수평으로 초월하는 듯 하나, 끝내 그 형식 내에서 떨리고, 휘고, 떨어지고, 휘날리면서, 끊임없이 드러나고 숨는다. 드러나는 것은 ‘흰’ 것이고, 숨는 것은 그 ‘그림자-그늘’이다. 이 둘은 어떤 하나의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나가 드러나면 하나는 숨는다. 흰 것은 드러나면서 어둠으로 자신을 숨긴다. 아니 자신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 그림자를 배경으로 놔둔다.
‘흰’ 것은 곧 그만큼의 강한 ‘그림자’가 있어야 한다. 스스로가 살기 위해서는, 살아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자신을 애써 지우고 감추어야만 한다. 그 강도에 따라, 한편으로는 그만큼 살아나고 한편으로는 또 그만큼 죽을 수 있다. ‘흰’ 것은 ‘그림자’에 살고 죽는다. ‘그림자’는 ‘흰’ 것에서 살고 죽는다. 흰 것은 그림자를 통해, 그림자는 흰 것을 통해 자신을 입체화하여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곳이 바로 존재가 생존, 소멸하는 ‘집’이다. 그 집에서 흰 것은 그림자로, 그림자는 흰 것으로 초월하고 또 생멸한다.
이처럼 예술가는 ‘보이는 것들의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지 않는 것들의 보이는 것’을 짚어낼 운명에 처한다. 원춘호 작가가 짊어진 사명도 이런 것이다. 작가는 대나무를 스스로의 삶으로 끌고 들어와, ‘흔들리는, 곧은, 마디마디 흰 그림자’의 은유로 표현하고자 한다.

흔들리는, 곧은, ‘흰 그림자’
빛과 어둠을 살리는 ‘흰 그림자’의 입체적 기법은 사실 우리 문화에 숨어 있는 특별한 미학이다. 빛과 그늘, 우리 전통의 역동적 음양론이다. 원춘호 작가는 이런 오래된 미학에 신선한 시선으로 다가선다.
예컨대 시인 정지용은 ‘비’(1941)라는 시에서 “여울 지어/수척한 흰 물살”이라며, ‘여울지어, 수척한’ 그림자를 ‘흰’ 것으로 생생히 살려낸 바 있다. 그냥 물살이 아닌, 바람에 밀려 여울이 진 물살을 ‘수척하다’며 어두운 듯 배경을 깔고서, 거기에 빛이 비친 ‘흰’ 장면을 멋스럽게 살려낸다. 시인 윤동주도 ‘흰 그림자’(1942)라는 시에서, “거리모퉁이 어둠 속으로/소리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흰 그림자들/연연히 사랑하든 흰 그림자들”이라 했다. 어둠에 몸을 감추는 어두운 듯한 그림자를, ‘흰’이라는 한 글자를 붙여 생명력을 부여한다.
‘흰 (수척한) 물살’, ‘흰 그림자’는 원춘호 작가의 사진 작품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기법이다. 어두움 속에 흩날리는 눈발, 그리고 빛에 비친 대나무 잎은 우리 문화의 고층(古層)에 숨은 빛과 그늘, 그 음양의 미학을 건드린다.
어둠은 빛의 생명력이다. 빛은 어둠의 소멸이다. 빛은 어둠으로, 어둠은 빛으로 망명하고 초월한다. 그러나 이 둘은 끝내 서로의 시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 상의상존(相依相存)하며, 찰나 찰나 생멸한다. 그 사이에 존재들은 희노애락애오욕이란 미(美)의 집을 짓고 산다.
어둠이 강렬할수록 빛도 강렬하다. 대나무는 빛을 받아, 흔들리는-곧은-마디마디 흰 그림자를 거느리며, 생명의 문법을 살린다. 그것은 휘고, 뒤틀리고, 굽고, 일어서고, 엎치락뒤치락 바람에 흔들리며 차디찬 겨울을 견딘다.
속이 텅 빈 대나무. 마디가 없었다면 곧 부러졌을 존재. 마디마디로 스스로를 끊고 연결하며, 다시 연결하며 스스로를 잘 끊는 법을 알면서 생명을 얻게 되었다.
그 텅 빈 것, 마디마디 아픈 것을 바람이 흔들고, 흔들리는 몸이 대나무 스스로를 다시 흔들어 댈 때, 바람은 시끄럽게 침묵한다. 그때 대나무는 대신 몸을 열어 생명의 의미를 서사한다.

마디마디, 이어지고, 끊는, 생명력
대나무 숲은 자아를 잃어버린 무욕의 몸놀림이다. 그냥 그렇게 있으면 세월이 가고 바람이 멎고 멎었던 바람이 다시 분다. 그 자체로 울음이고 웃음이며 하나의 온전한 삶의 서사이다. 원춘호 작가는 이곳에서 대나무로 살아가고 있다. 마디마디, 이어지고 끊는 생명력을 안고, 흔들리면서 무언가를 흔들고 있다. 그렇다. 작가는 스스로 바람에 흔들리면서, 스스로의 흔들림으로 관객과 세상을 흔들고 싶은 것이다.
기와에 주목한 작가가 시선을 대나무로 옮긴 것은 단절이 아니라 연속이다. 기와도 마디마디 이어져서 지붕을 만들고, 또한 붙들어 올린 땅을 담보로 하늘을 맞이하며 세월을 견딘다.
대나무 또한 마디마디 이어져, 뿌리에서 길어 올린 네모난 땅을 둥근 관으로 허공에다, 하늘에다 다 바칠 줄 안다. 이파리도 꽃이고, 눈보라도 꽃이라면 이승의 온갖 무명풍(無明風)도 다 꽃이다. 대나무는 그 자리에서 득도하고, 그 자리가 천국, 극락임을 증명할 듯하다. 아마도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토해내고 있으리라.
어둠과 빛, 그 속에서 흔들리는, 곧은, ‘흰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작가의 번뇌와 고통은 슬프면서 참 아름답다. 강렬하게 차가운 어둠을, 절제된 흔들림-선-점으로 집요하게 집중시킨다. 그래서 바라보는 자의 시선을 후끈 달궈준다. 그러다가 결국 관람자 자신의 내면, 그 긴 통로를 따라가서 스스로 대나무처럼 한번 살아보라 한다.
흔들리는 것이 어디 대나무뿐이랴. 온갖 생명들이 마디마디 흔들리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 삶의 어둠이 빛이고, 빛이 곧 어둠인 허공 속을 또 얼마나 잘 견디고 있는지, 작가는 우리를 시험해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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