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욱 시집 『저 평원에 가슴을 널어놓자』는 삶과 불심, 그리고 자연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집이다. 시인은 유년 시절 어머니의 글쓰기와 독서를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언어의 힘을 받아들였고, 그 기억은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로 이어진다.
이번 시집에서 독자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더불어 불교적 성찰, 그리고 자연의 섭리를 마주하게 된다. 「관세음보살」은 천수천안 보살의 자비를 노래하며, 인간의 번뇌와 고통을 넘어서는 평온한 마음을 기원한다. 「묘비명」에서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고요한 적정의 경지를 담아내며, 죽음을 삶의 또 다른 이름으로 받아들이는 담담한 태도를 보여준다. 또한 「가지 부러진 나무」는 시련과 상처 속에서도 새순을 틔우는 생명의 힘을 상징하며, 삶의 희망을 일깨운다.
신상조 평론가는 해설에서 이 시집의 중심을 ‘시적 존재성’으로 짚는다. 류승욱의 시는 언어의 기교보다 존재의 본질을 응시하는 데 힘을 쏟고 있으며, 불교적 세계관과 인간적 고뇌가 교차하는 자리에서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저 평원에 가슴을 널어놓자』는 화려하지 않지만 진솔한 언어로 마음을 보듬는다. 시인이 바라는 대로, 독자는 이 시집을 통해 웃고, 공감하고, 때로는 고요히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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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평원에 가슴을 널어놓자』는 견고하고도 평면적인 일상을 사색으로 벼리어 삶에 대한 일반적 인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낸 시집이다.
류승욱 시인은 “산다는 것은/ 흔들리는 것”(「가지 부러진 나무」)에 불과한 일상을 불교적 성찰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인식과 문법으로 웅숭깊게 재구성해낸다. 실생활의 평면성에 더해진 존재의 헤아림이 삶의 보폭으로 이어지는 이번 시집은, 각자의 반경에서 우리가 느꼈던 삶의 진실을 곱씹어보게 만든다. 하여 현란한 수사를 배제한 명징한 사유와 끊임없는 관찰과 개인적 시선으로 일구어낸 그의 시를 읽노라면, 익숙한 우리의 현실이 어느덧 낯설고 새로운 사유의 장으로 펼쳐짐을 느낄 수 있다. (신상조 해설 「내 속엔 부처님 웃으시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