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수 시인의 시세계는 현재의 성찰을 통해
과거의 그리움을 정화하고
내면의 평온을 찾아가는 견자의 여정이다”
““시는 곧 삶이며, 삶은 결국 시가 된다.”
『나를 들여다본다』는 한정수 시인의 존재적 고백이자 정서적 자서전이다. 일흔의 등단이라는 이례적인 출발이 오히려 이 시집에 더욱 깊은 울림을 부여한다. 여기에는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시를 가슴에 품고 살아온 시인의 진심이 담겨 있다.
이 시집의 중심축은 무엇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다. 「뜨거운 눈물」, 「빨랫줄과 바지랑대」와 같은 시편에서 시인은 어머니의 부재와 희생, 그리고 자식으로서의 회한을 적나라하게 풀어놓는다. 이 정서는 보편적인 독자의 감정을 건드리며, 어머니라는 원형적 존재의 숭고함을 되새기게 한다.
아버지를 향한 시도 인상적이다. 「아버지의 회초리」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넘어, 성숙한 자아로서 아버지를 재해석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회초리는 단순한 체벌이 아닌, 사랑의 징표였음을 뒤늦게 깨닫는 과정이 시 속에 서정적으로 담겨 있다.
또한 「병과 함께 사는 법」에서는 병을 삶의 적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철학이 드러난다. 병과 싸우는 대신 함께 살며,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쓰겠다는 다짐은 예술을 통한 존재의 증명이자 생의 긍정이다.
「나무들, 벌레를 사랑하다」와 같은 자연시에서는 생명에 대한 경외, 공존과 순환의 가치를 노래하며, 시인은 삶을 더 깊고 너그럽게 바라본다. 숲과 벌레, 빨랫줄과 바지랑대, 회초리와 눈, 구두 등 일상의 평범한 사물들이 시인의 손끝에서 보편적 정서와 미적 형상으로 탈바꿈한다.
『나를 들여다본다』는 단지 첫 시집이 아니라, 하나의 인생이 담긴 고백서이며,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철학서이다. 모든 이들이 겪는 사랑과 상실, 성장과 회한을 통과한 시인의 언어는 투명하고 진실하며,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