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의학 정보
TV는 물론이거니와 최근에는 SNS, 동영상 플랫폼 등을 통해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분별하기 힘든 의학 정보들이 넘쳐난다. 유명 의사의 권위를 바탕으로 특정 식품(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 등)이 특정 질병 또는 건강과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홍보 및 마케팅 되는 일은 이제 흔하다. 예컨대 비타민D의 결핍과 보조제 복용 사례를 보자.
지금도 인터넷에서 ‘비타민D’를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넘쳐난다. 예외 없이 비타민D의 결핍과 증상, 이를 위한 비타민D의 올바른 복용과 추천 상품(?)이 쏟아진다.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의사들도 등장하며 마치 지금이라도 비타민D를 따로 챙겨먹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부추긴다. 과연 사실일까?
책의 한 챕터인 ‘비타민D : 필수 영양소인가, 불필요한 보충제인가’에서 이를 잘 다루고 있다. 비타민D가 뼈가 물러지고 변형이 되는 구루병 예방과 뼈의 건강을 넘어, 면역 체계를 강화하여 천식, 당뇨병, 암, 심장병 등 여러 만성 질환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즉 “현대판 만병통치약”으로 어떻게 인기를 얻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한다. 미국에서만 비타민D 보충제의 판매량은 2005년 5천만 달러(약 700억 원)에서 2011년 무려 6억 달러(약 8,300억 원)로 10배 이상 치솟았다. 의학 정보가 시장으로, 시장에서의 판매량은 다시 의학 정보를 더욱 확신하게 만든 셈이다.
2010년 미국 정부의 의뢰로 비타민D에 관한 지침을 발표했던 미국의학연구소(IOM)는 기존 연구를 검토한 이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비타민D가 뼈 건강을 제외한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등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최근의 여러 대규모 임상 시험을 통해서도 확인된다고 책은 말한다. 심한 영양 결핍이나 골다공증과 같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비타민D 보충제가 추가적인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상에서의 햇빛 노출과 음식만으로도 충분한 비타민D를 얻을 수 있으며, 설사 그 수치가 낮더라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책은 “건강을 둘러싼 믿음과 과학의 경계는 흐릿하고,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은 늘 고되다”라고 덧붙인다.
의학 상식책 아닌 과학책
이렇듯 이 책은 ‘이럴 땐 무엇을 먹어라’, ‘이렇게 해야 건강에 좋다’와 같은 건강 상식 내지 의학 상식 책이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최근의 의학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질병과 몸, 치료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한 ‘과학책’에 보다 가깝다.
출간 전 원고를 꼼꼼히 읽고 관련하여 조언을 준 생화학자 박치욱 교수(미국 퍼듀대)는 이 책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록된 28개의 이야기는 저명한 과학 저널인 〈네이처〉 또는 〈사이언스〉에서나 접할 수 있는 최신 의학 정보를 다루고 있다. 수년에 걸쳐 만화가 본인이 직접 최신 의학 논문들을 찾아 읽으며 공부하고 소화해낸 내용들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읽어도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최신 정보가 가득하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황승식 교수 또한 ‘감수의 글’을 통해 “평범한 건강 상식을 소개하며 적당히 일러스트를 가미한 책이 아니다. 의료인이 아닌 저자가 최신 의학 연구를 이토록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학 전문 서적에 가깝다. 의료인들이 쓴 엉터리 의학 서적이 시중에 넘쳐나는 현실과 비교하면 김명호 작가의 고된 작업이 책자로 묶여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책자 말미의 참고 자료에 스무 쪽 가까이 이어지는 챕터별 논문과 기사는 저자가 한 챕터를 완성하기까지 들인 공력의 일부만 보여준다. 열거된 논문과 기사는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도 술술 읽어 낼 수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책이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할 필요는 없다. 저자의 이전 작업처럼 과학 만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읽어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쉬운 설명과 명쾌한 그림들로 구성되어”(박치욱 교수) 있으며, “최신 의학 이슈 중 핵심만 골라서, 과학 지식과 역사는 물론 인권 감수성까지 담아내어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과장 없이 풀어냈다.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건넬 수 있는 훌륭한 대중 의학 도서로서 손색이 없다.”(인하대학교 의과대 최규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