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와 20세기를 잇는 위대한 작가
조지프 콘래드가 폭로하는 제국주의의 내밀한 실체
서구 문명과 인간 본성에 관한 가장 통렬한 통찰!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장》은 20세기 서구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조지프 콘래드는 1890년에 상선의 선장 자격으로 콩고강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이때 목격한 식민지 생활의 처절함을 문학적으로 승화해 풀어낸 작품이 바로 《어둠의 심장》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파헤치는 동시에 여기에 제국주의 비판을 결부해 주제의 깊이를 더한다. 나아가 형식적으로도 비선형적 서사, 모호한 상징, 내적 독백 등을 활용해 동시대 모더니즘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주제와 형식의 측면 모두에서 가히 현대 문학의 흐름을 바꾸는 데 기여한 중요 작품 중 하나인 것이다.
식민자 백인과 피식민자 흑인이 모두 칭송하는
수수께끼 속 인물 커츠 대령의 비밀
출항을 앞둔 템스강 위의 한 상선. 선원 말로는 동료들에게 언젠가 자신이 아프리카에서 겪은 커츠 대령 이야기를 들려준다. 커츠는 무역 회사의 주재원 중에서도 차원이 다른 성과를 올리는 자다. 말로는 콩고강 깊은 곳으로 항해하는 내내 커츠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듣는다. 신기한 점은 백인뿐만 아니라 현지의 흑인 역시 커츠를 칭송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말로가 무더운 날씨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여러 난관을 거쳐 커츠에게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신비화된 커츠의 위상에 균열이 생기고 커츠에 관한 모든 것은 점차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마침내, 커츠를 마주한 말로는 충격에 휩싸인다. 콩고강 가장 깊은 오지, 어둠의 심장에서 서구 문명과 제국주의와 백인 인간성의 발가벗은 민낯, 즉 완벽한 타락을 대면했기 때문이다.
“무서워! 무서워!” 커츠의 혼란은 온전히 해결됐을까?
우리는 여전히 《어둠의 심장》이 그려낸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어둠의 심장》은 인간 심리와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기념비적인 문학으로 오랫동안 읽혔다. ‘위대하다’고 칭송받는 커츠가 실은 난폭한 폭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커츠의 압도적인 성과는 그가 문명 세계의 모든 도덕과 윤리를 버리고 원주민에게서 폭력적으로 상아를 갈취한 데서 나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어떻게 성과를 내는지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커츠가 보내는 상아에 환호하기만 했다. ‘식민지의 위대한 개척가’의 신화가 난잡한 폭력에 기반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식민지와 연계된 무역, 식민지에서 경제활동을 벌이는 사람, 그 활동의 수혜를 누리는 ‘문명인’의 자격 모두를 비판적으로 심문할 수 있다.
커츠는 죽기 전, “무서워! 무서워!”라고 외쳤다. 식민지 가장 깊은 곳에서 신처럼 군림하던 자조차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커츠는 끝내 그 혼란 한가운데에서 파멸했다. 선원 말로가 덤덤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커츠의 이야기가 주는 여운은 여기에서 나온다. 커츠의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가 여전히 커츠의 혼란을 해결하지 못한 채, 그를 막연히 신비화하며 보고 싶지 않은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감각을 환기한다. 공식적이고 법적인 측면에서, 오늘날 제국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세계를 움직이는 물밑 질서로 작용한다. 우리는 아직 《어둠의 심장》이 그려낸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