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기원에서 찾은 삶의 지침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내내 우리를 따라오는 그림자입니다. 선택의 순간이 오면 우리는 고민합니다. 이렇게 해야 하는가, 혹은 저렇게 해야 하는가? 숨 가쁜 일상은 언제나 선택을 강요하는 것만 같고, 현대 사회는 시대가 숭상하는 것을 개인의 기준으로 삼도록 은근히 종용합니다. 우리는 다양하고 풍요로운 사회의 혜택을 누리지만, 이러한 세상의 소음은 때론 우리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토마스 머튼은 그런 우리에게 그리스도교 초기 사막 교부들의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그들은 세상에서 태어났지만 하느님과 하나 되기 위해 세상을 버리고 사막으로 들어간 사람들입니다. 누군가는 홀로, 누군가는 다른 수도승들과 함께 공동으로 생활하며 수도승 전통을 시작한 이들이지요. 머튼은 그들의 이야기가 수도자가 아닌 우리에게도 유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 또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사막에 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물었고, 그들 나름의 답을 찾았습니다. 이 책은 머튼의 입을 빌려 그들이 찾은 답을 전해 줍니다.
토마스 머튼이 전하는 사막 교부들의 삶
머튼은 그리스도교 박해의 시기부터 동방 수도승생활이 서방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된 오리게네스 논쟁까지, 사막 교부들의 역사를 유기적으로 설명합니다. 아직 수도생활이 완전히 체계화되지 않은 이 시기의 수도승들은 자기 나름의 판단으로 그릇된 길에 빠질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사막 수도승들은 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수도원을 만들고 기준을 세웠습니다. 순종과 분별이 미덕으로 자리 잡고, 분심, 자만, 시기 등은 엄격히 금지됩니다. 이는 단어 그 자체의 뜻보다 더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수도승생활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느님과의 일치였습니다. 외적인 규칙, 단식, 기도, 노동 등을 철저히 실천한다 해도 마음으로 순종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습니다. 사막 교부들은 노동이나 단식에 집착하는 사람들, 스스로의 오만으로 수도원의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을 경고합니다. 이들의 마음은 깨끗하지 못했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려내지 못했습니다.
사막의 고독 속에서 보이는 것
그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분별이라고 머튼은 강조합니다. 사막 교부들이 그리스도교 전통과 성경 말씀을 기준으로 옳고 그른 것을 분별했듯이, 우리도 기준을 찾아야 합니다. 사막 영성은 마음을 단순하게 하며 하느님 말씀을 따름으로써 이를 실천했습니다. 사막 수도승의 삶은 끊임없이 자신을 경계하며, 동시에 하느님 은총을 통해 자신과 화해하는 삶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들의 가르침과 실제 생활 모습을 동시에 보여 주며 독자들에게 때로는 깨달음을, 때로는 반면교사를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나 그들이 행한 것을 그대로 따라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책은 사막 교부들이 궁극적으로 닮고자 했던 예수님의 삶의 모습과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우리를 옥죄는 세상의 요구들에서 벗어나라는 충고를 줍니다. 사막 영성은 우리를 그 시대의 사막으로 데려가 전통에 푹 빠져 우리의 삶을 다시 성찰할 기회를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