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행정학 공부를 시작해야 할 때
질문과 개념으로 행정학 시작하기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열어본다. 스마트폰 서비스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주파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리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SNS를 보다가 약속에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라 화장실로 뛰어간다. 세면대에서 나오는 깨끗한 수돗물은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수도사업소가 관리한다. 약속에 늦었어도 나가기 전에 자외선 차단제는 발라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기관에서 인증을 받은 자외선 차단체를,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주문했다. 택배 회사는 택배 노동자가 무리한 배송 업무에 시달리지 않는지 고용노동부의 감독을 받는다. 약속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가스공사가 공급하는 가스로 저녁을 지어 먹고, 역시 한국전력공사가 공급하는 전기로 켠 스탠드 아래에서 책을 읽다 잠자리에 들었다. 온종일 행정과 함께 보냈는데, 태어나면서 했던 출생신고와 죽어서 할 예정인 사망신고까지 따져보면 나는 평생 행정과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이다.
행정이나 행정학은 이보다 더 직접적일 수도 있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의 공무원 정원은 약 117만 명이다. 이는 선거로 당선되는 공무원과 군인을 뺀 숫자다. 그럼 공무원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은 몇 명일까? 약 40만 명에 이르는 이들이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에서 일하고 있다. 전체 취업자가 약 2,900만 명 정도이니,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사람 20명 가운데 1명은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경제활동을 준비하고 있다면, 여러 종류의 일 가운데 행정과 관계된 일을 하게 될 확률이 꽤 높은 셈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행정과 행정학을 알아둬서 손해를 볼 일은 많지 않다. 그래서 필자들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행정의 방대함만큼 행정학의 규모도 방대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 발을 들였다가 행정학의 밀림에서 길을 잃고 ‘일단 무조건 외우고 보는’ 단순 암기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행정과 행정학 공부를 시작해야 할 때가 온다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필자들은 고민 끝에 본격적으로 행정학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가볍게’ 하지만 ‘골고루’ 몸을 풀어서, 행정학 공부를 하다가 다치지 않도록 해주는 스트레칭과 같은 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책은 행정학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해야만 하는 준비운동과도 같은 책이다.
이 책은 34개의 질문과 그에 대한 짧은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행정학은 현실 속 문제 해결의 학문이기에, 각각의 질문들은 우리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사건들과 자주 논쟁의 주제가 되는 것들이다. ‘정치인인 국회의원이 장관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큰 정부와 작은 정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의 적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등과 같은 질문들이다.
책에서는 이와 같은 질문에 답을 해가는 과정에서 행정학을 공부할 때 미리 익혀두면 좋을 여러 개념과 이론을 설명한다. 학문은 오랫동안 여러 사람들이 했던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은 ‘생각의 지도’와 비슷하다. 지도를 읽으려면 기호들을 먼저 익혀야 하듯, 행정학을 공부하려면 행정학을 이루고 있는 개념이나 이론과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행정학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개념들을 소개해, 이 개념들이 그리고 있는 지도의 모양, 즉 행정학이라는 세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