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토의 꽃』은 나가사키 원폭 피폭자이자 가톨릭 신앙인, 그리고 의사로서 생을 불살랐던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삶을 온전히 시로 재현해 낸 독보적인 작업이다. 이 시집은 단지 한 인물의 전기적 생애를 옮겨놓은 서사시가 아니라 신앙과 고통, 회심과 헌신, 죽음과 평화의 시학(詩學)으로, 시대와 인종, 국경을 초월하는 보편적 영성의 문학적 형상화로서 그 가치가 빛난다. 『초토의 꽃』은 한 인물의 삶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과 평화가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보여주는 시문학의 경건한 기도이자, 실천하는 영성의 기록이다. 가톨릭문학의 영역을 넘어선 세계 문학적 평화의 증언으로서, 그 어떤 군사적 언어보다 강한 시의 평화적 울림은, 오늘날 세계가 가장 갈망하는 메시지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