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척! 저런 척!
‘척’하며 관계를 익혀 가는 아이들과 ‘없는 척’하며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
세 살 무렵, 아이들의 행동반경은 점점 더 커집니다. 사물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커지지요. 말도 이제 자유자재로 구사하기도 합니다. 이즈음 되면 감정을 숨길 줄도 알고 은근슬쩍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거짓말은 심각한 의도를 가졌다기보다 탐색과 놀이의 과정입니다. 사회성을 익히는 단계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이 〈오늘도 척척척〉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고릴라 쌍둥이의 척, 척, 척은 끝이 없습니다. 다른 쌍둥이 몫의 딸기를 은근슬쩍 먹고서는 안 먹은 척을 합니다. 딸기를 못 먹은 고릴라가 때린 척하니까, 맞지도 않았으면서 아픈 척을 하고 우는 척을 합니다. 괜히 아빠한테 혼나게 만들고는 도망가다가 동굴에 빠지지요. 동굴에서 헤매다가 물웅덩이에 빠지는 상황에서도 아는 척, 잘난 척이 이어집니다.
이렇게 고릴라 쌍둥이가 하루 종일 쏘다니며 개구쟁이 짓을 할 때 아빠 고릴라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아빠는 쌍둥이가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기 직전, 수풀 속에서 나타납니다. 없는 척하면서요. 어쩌면 아빠는 그렇게 아이들 곁에서 없는 척, 안 보는 척하면서 다 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놀이하듯 이런 척 저런 척하는 아이들의 일상과 그걸 지켜 주는 부모의 마음이 녹아 있는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만만한책방】오늘도 척척척 ②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보이는 그림 속 따뜻한 이야기들!
고릴라 쌍둥이가 벌이는 상황이 굵직한 얼개로 그림책을 이끌어 간다면, 장면 속에 숨어 있는 그림 서사는 잔잔하게 읽는 이에게 말을 걸어 옵니다.
가장 먼저, 똑 닮은 쌍둥이의 차이를 찾았나요? 한 명은 정수리가 볼록하고 한 명은 정수리가 평평합니다. 두 녀석을 분리해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서로 다른 성격이 느껴집니다. 또한 고릴라의 표정을 보며 진짜 속내를 알아맞히는 재미가 있습니다. 말로는 안 먹었다고 하는데, 입에는 빨간 딸기가 그대로 보입니다. 서럽게 우는 척하는데 실눈을 뜨고 아빠 눈치를 보고 있지요. 용감한 척을 하면서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지요.
작은 소품들도 재미를 더합니다. 전반부에는 고릴라 쌍둥이를 따라다니는 나비를 볼 수 있습니다. 나비는 쌍둥이를 따라다니며 또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합니다. 나비의 시선처럼 그림책 곳곳에는 숨은그림이 숨어 있습니다. 동굴 바닥에 있는 작은 버섯들, 땅에 파묻혀 있는 보석, 쌍둥이가 몰래 눈 오줌에 놀란 물고기 떼들을 찾을 수 있지요. 그 가운데 가장 큰 숨은그림은 어두운 숲속, 나무처럼 숨어 있는 아빠입니다.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보이는 작은 그림 서사들 덕분에 〈오늘도 척척척〉이 더욱 풍성해지고 재미있습니다.
▌오늘도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의 성장 시간!
아이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보석 같은 순간이 많습니다. 예쁜 말을 하고 신기한 비유로 자기만의 세계를 표현할 때는 모든 아이가 예술가 같습니다. 동시에 금방 들통날 게 뻔한데 어설픈 거짓말을 하고, 잠깐이라도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귀여운 속셈을 부리기도 합니다. 울 일도 아닌데 대성통곡하기도 하고, 삐지지도 않았으면서 삐진 척을 하고, 온갖 잘난 척을 하기도 하지요.
부모들은 때로는 그 거짓말과 연기에 장단을 맞추며 아이를 여유롭게 바라봐 줍니다. 이런 시간이 모두 성장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때로는 아이들이 천천히 자라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보석 같은 순간이 박혀서 반짝반짝 빛나는 〈오늘도 척척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