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어둠을 밝히는 그대』는 고통과 상실 속에서도, 타자의 존재가 건네는 다정한 응답이 삶의 맥을 회복시키고 인간 존재를 새롭게 쓰게 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래서 시집 안에서 ‘그대’는 삶의 균열 사이를 비추는 빛이자, 무너진 자아를 일으키는 온기로써 반복적으로 호출되기도 한다.
특히, 김소연 시인의 시는 감정이 아닌 ‘관계’에서 출발한다. 일상 속에서 쉽게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존재들을 통해, ‘연결’의 윤리를 성찰하는 점이 돋보인다. 소재는 흔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흔하지가 않다. 표현 방식도 직유나 은유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겹’을 더듬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주제를 형상화하는 방식에선 묵직한 침묵과 고요함이 특징적이다. 그녀의 시는 말보다 더 조용한 감각으로, ‘그대’라는 타자를 중심에 놓고 자아와 세계를 새롭게 꿰어낸다. 감정의 과잉 없이 절제된 언어로 타자의 윤리를 직조해 내는 시적 태도는 감성보다 인식을 중시하는 고요한 시적 사유로 평가된다.

-손근호(시인·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