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 그치면》은 첫 장부터 감정의 문을 열어젖힌다. "너 없는 시간은 종일 비 내리는 오후같이 지루하다"는 문장은 사랑의 그리움이 어떻게 시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시인은 ‘자연’이라는 보이지 않는 화자와 소통하며, 그 속에서 사람과 마음을 이야기한다.
이 시집은 크게 네 장으로 나뉜다. ‘말 한마디 못 하고’는 첫사랑의 떨림과 이별의 아쉬움을, ‘일상의 행복’은 소박한 삶의 풍경을, ‘신호등’은 도시와 역사, 인간의 내면을, ‘장미의 노래’는 자연에 대한 경의와 시인의 사색을 담고 있다. 각각의 장은 제목 그대로 다른 결의 감정을 품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시적 세계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시인은 독자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걷게 한다. "이 비 그치면 / 마지막 물방울 떨어질 때 / 마침내 내 사랑이 너에게 성큼 다가가리"라는 구절처럼, 시 전체에 기다림과 희망, 그리고 사랑의 인내가 깃들어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을 만나고, 일상에 스며든 시를 발견하게 된다.
이 시집은 감정의 결이 섬세한 이들에게, 말보다 마음으로 더 많은 것을 전하고 싶은 이들에게 조용한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