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저자의 시집 《소담소담》은 한 인간의 내밀한 고백을 시로 풀어낸 작품집이다. 그의 시는 격식을 갖추기보다는 삶을 밀착해서 붙잡고자 하는 몸짓에 가깝다. 이 시집은 신에 대한 갈망과 회의, 그리고 사랑과 상실의 경험까지 작가 자신의 모든 굴곡진 감정을 시라는 형태로 꾹꾹 눌러 담고 있다. 산문과 운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흐르는 문장들은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데, 이 솔직함이야말로 《소담소담》의 가장 큰 미덕이다.
이 시집은 어느 한 편의 시로 압축되기 어렵다. 편지 형식으로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글도 있고, 자신이 겪은 신비한 체험을 시처럼 쓴 장면도 많다. 일견 조심성 없이 툭툭 던져지는 말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마음이 맨살처럼 드러나 있다. 다소 과장되거나 감정이 격한 부분이 있어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자신을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실수와 망설임, 미련과 소망까지 드러낸 채 독자 앞에 선다.
특히 인상적인 건, 신과 인간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영혼의 목소리다. 신에게 벌을 받은 것 같다고 고백하다가도, 다시 축복을 받았다고 느끼는 장면들이 반복된다. 이 복잡하고 뒤엉킨 감정의 물결은 시인의 삶을 그대로 투사하는 거울과도 같고, 독자 또한 자신의 어떤 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랑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도 시집 전반에 흐르고 있다. 그는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게 마음뿐이었다고 말하면서도, 그 마음이 너무 커서 무거운 죄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소담소담》은 시인의 삶 자체가 시가 된 작품이다. 고운 말로 감정을 꾸미지도 않고, 화려한 수사로 삶을 덮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떤 시는 투박하고, 어떤 시는 거칠며, 또 어떤 시는 숨 막히도록 애잔하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이 시집의 진심이며, 이 책을 읽는 가장 정확한 자세는 아마 ‘조용히 곁에 앉아 들어주는 것’일 것이다. 시를 읽는다는 행위가, 결국 누군가의 삶을 조용히 들어주는 일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