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세계를 향한 거침없는 모험과 호기심글로리아를 만나러 가는 길의 문제는 단 하나. 바다가 어딘지 모른다는 거예요. 하지만 이 문제는 꽤 결정적인 것이어서, 해결하기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지요. 길에서 만난 동물 친구들에게 물어 물어, 웅덩이를 첨벙첨벙 지나고, 연못을 풀쩍풀쩍 건너고, 호수를 꾸륵꾸륵 지납니다. 가파른 산맥을 넘고 오래된 숲, 북적이는 도시를 지나 마침내 다다른 바다. 하지만 바다를 건너는 것도 이만저만한 난관이 아니지요. 어렵사리 바다를 건너 친구를 만난 기쁨을 누리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친구가 산다는 협곡을 건너자고 해요. “협곡? 협곡이 뭐야?” 프레드의 천진난만한 질문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주인공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 없는 호기심을 다시 확인하는 장면이지요. 프레드의 모험에서 낯선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용기를 선물 받으세요.
나의 ‘바다’는 어떤 곳일까? 글로리아의 편지에 쓰여진 바다는 ‘커다랗고 널따랗고, 물로 꽉 차 있고, 아주 깊고, 그 속에 물고기가 사는’ 곳입니다. 바다를 아는 우리에게는 아주 적절한 설명으로 보이지만, 바다를 모르는 친구들에게는 그렇지 않아요. 애벌레에게는 ‘커다랗고 널따랗고 물로 꽉 찬’ 웅덩이가 바다인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개구리에게는 연못이, 거북 아저씨에게는 호수가 바다입니다. 누구도 몰랐던 ‘바다’라는 미지의 공간을 찾아가는 여정이 다이내믹하고 유머 넘칩니다. 프레드가 결국 도착한 바다는 사전적 의미의 바다 그 이상일지도 몰라요. 바다는 세상일 수도 있고, 수많은 길과 생각과 마음이 겹겹이 쌓인, 프레드의 여정이 만들어 낸 공간일 수도 있지요. 물리적 거리를 넘어 프레드는 스스로를 이겨 내는 시간을 지나왔어요. ‘바다’는 멀리 떨어진 친구에게 다가가기 위한 의지였고, 포기하지 않는 사랑의 이름이기도 했어요. 이 책에서 바다는 거대한 자연이자, 서로를 향한 다짐으로도 느껴집니다. 프레드가 흘린 땀방울과 고단함, 그리고 한결같은 마음이 만들어 낸 바다. 그 끝에서 마침내 글로리아를 만나는 장면은 우리 모두에게 ‘마음이 닿는 거리’란 무엇인지 조용히 묻고,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어린이 독자에게 바다는 무엇일까요?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의 힘이야기의 감동을 더욱 깊게 전해주는 건 바로 섬세한 그림의 디테일입니다. 편지 봉투에 붙은 우표 에서 보낸 곳을 짐작해 보는 작은 즐거움, 가는 곳마다 프레드가 소중하게 갖고 다니는 편지를 찾아보는 재미를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생쥐 프레드가 애벌레를 만났을 때, 개구리, 거북, 그리고 글로리아를 만났을 때 두 친구의 크기 대비도 살펴보세요. 또 프레드가 홀로 대자연 속 작은 존재일 때와 바다를 당당히 마주할 때 결의에 찬 모습도 비교해 보세요. 그림 작가는 캐릭터의 강약, 풍경의 멀고 가까움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이야기에 박진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웅덩이, 연못, 호수, 마침내 바다로 이어지는 점층적인 공간감, 뜨거운 태양과 열대 숲의 컬러풀한 풍경도 가만히 감상해 보세요. 간결하고 리듬감 넘치는 글을 도와, 그림은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장면마다 오래오래 머물면서 독자만의 상상을 빚어 보세요. 그림책은 글과 그림, 그리고 독자가 함께 만드는 이야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