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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안에서 자꾸 꽃을 심는다

누가 내 안에서 자꾸 꽃을 심는다

  • 이명자
  • |
  • 지혜
  • |
  • 2025-08-15 출간
  • |
  • 120페이지
  • |
  • 130 X 225mm
  • |
  • ISBN 979115728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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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금번 상재한 이명자 시인의 첫 시집 「누가 내 안에서 자꾸 꽃을 심는다」는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간 살아온 신산한 내력이 엿보이고 그 자신에게는 통점을 되짚는 존재의 시간들로 가득차 있다. 시세계를 이끌고 버티는 몇 개의 중심축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축을 이루고 있는 하나는 부모를 향한 애틋한 회한이나 사모곡으로 주제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이명자 시인은 스스로 “엄마의 엄마가 되어가는 나”(「간절곶」)라고 하여 병든 엄마를 “아기가 되어가는 엄마”로 대비시켜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극적으로 확장시켜 놓는다. 두 번째 축으로는 삶의 방식과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노마드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명자 시인이 부군의 직업 특성상 일본에서 5년, 미국에서 3년간 외국 출장 생활에서 기인한 외로움이나 유목민처럼 떠돌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형식을 자기 존재의 탐색으로 받아들인 결과이기도 하다. 마지막 축으로는 있으면서 없다는 것이나 없으면서 있다는 철학적인 사유를 자기 존재 확인과 결부시켜 화자를 페르소나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 권혁재 시인


그냥 살아라
남보다
잘하지도 말고
못하지도 말고
중간만 해라
아홉 남매의 장남인
아버지가
자주 들려준 말
잘 자라지 못한
고욤처럼
무심한 듯
나에게 던져두고 떠난
바람 같은 말
있는 듯 없는 듯
그냥 살아라
- 「고욤처럼」 전문


위 시에서 나타나듯 “그냥 살아라/ 남보다/ 잘하지도 말고/ 못하지도 말고/ 중간만 해라”며 “아홉 남매의 장남인/ 아버지가” 자주 들려준 말은 아버지로부터 비롯되나 의식의 흐름은 이명자 시인에게서 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버지의 말과 화자 자신의 사이에 고욤이 등장하는데, 고욤은 서정과 서사의 등가성을 동시에 갖춘 매개체로서 시적 효과를 잘 나타낸 대상물이다. 고욤은 감나무과에 속하는 식물로 열매는 감에 비해 애처로울 정도로 작고 추위를 많이 탄다. 제대로 익은 고욤 열매는 심하게 떫지 않고 먹을만하지만 그렇지 않은 고욤은 떫고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늦가을날 바람에 흔들리며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고욤은 있는 듯 없는 듯 보이기도 한다.
아버지가 화자에게 자주 들려준 말은 있는 듯 없는 듯 보이는 고욤 같은 처지의 삶과 다를 바 없다. “잘하지도 말고/ 못하지도 말고”, “있는 듯 없는 듯/ 그냥 살아라”는 아버지의 고욤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 같은 말”은 이명자 시인에게는 자성에서 성찰을 유도하는 촉매로 작용한다. 또 「두드러기」에서는 “누가 내 안에 있다/ 사랑한다고/ 너 밖에 없다고/ 나 몰래 자꾸자꾸/ 꽃을 심는다”로 끝을 맺는 장면에서 화자가 “두드러기”를 통해 파악해내는 존재론적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두드러기의 특징인 외형적인 장면을 지적했을 뿐, 그 내면의 시적 진실은 “나 몰래 자꾸자꾸/ 꽃을 심는다”거나 “누가 내 안에서/ 자꾸 꽃을 심는다”에서 보이는 사유의 폭을 획득해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명자 시인의 시가 지니는 특징 중의 하나가 시의 전개 과정에 나타나는 서사의 방식이 능동에 있지 않고 수동에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파울 첼란이 말한 주체적 능동성이 아닌 극한의 수동성으로 기꺼이 자신을 자학하고 학대하면서 과거의 고통을 분출해내는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작품 「전화」가 그 좋은 예가 된다. “안 그러면 나 죽는다/ 너 지금 여기 와라/ 안 오면 후회한다”고 병든 어머니가 외치는 목소리는 부드럽지 않고 분노로 가득하다. “혼자 말하고 혼자 분노하”는 어머니에 비해 화자는 자학할 정도로 냉철하게 “엄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울음 없는 침묵의 자학이 더 모질고 고통스러움을 이명자 시인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하여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계를 받아들인다. 그는 환경을 탓하거나 누구를 원망하거나 대상을 부정하지 않고 혼자 자학함으로써 상황을 과거분사로 표출해낸다. 그래서 그에게 시는 쓴 게 아니라 쓰여지는 것이고 읽는 게 아니라 읽혀지는 것이다. “엄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와 “엄마는 참말을 한다”로 읽혀지듯 말이다.


쉬 쉬 쉬 쉬
네발로 걸어가는 엄마
오줌을 뉘이고
토닥토닥 한숨도 받고
가까스로 허리를 세워
목욕도 하고
간절곶 어느 바닷가에서
기도를 하는 밤
아기가 되어가는 엄마
엄마의 엄마가 되어가는 나
쓸쓸한 어둠 속
파도가 문 앞까지 몸을 밀고 들어와
쉬 쉬 쉬 쉬
다정하게 보살펴주었다
산골에서 바다까지 흘러온 엄마
바다는 무덤덤하게 토닥거리고
간절곶은
밤새 엄마와 울먹거렸다
슬퍼서 울고 기뻐서 울었던
하룻밤 사이
엄마의 몸은 동그랗게 있었다
- 「간절곶」전문


위 시는 「누가 내 안에서 자꾸 꽃을 심는다」 시집을 이루는 작품 중에서 대표작이라 할 만큼 뛰어난 작품세계를 나타낸다. 그래서 시집을 여는 프롤로그의 작품일 수도 이명자 시인의 안타깝고 간절한 것이 응축되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일 수도 있다. 간절곶은 기장군에 있는 일출을 볼 수 있는 명소이다. 그러면서 이명자 시인의 어머니가 계신 요양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마 화자도 일출을 보면서 어머니의 건강회복과 가족의 안녕에 대해 기도를 한 번쯤 했을 거라고 여겨진다. 그런 기도를 애틋하게 바라는 곳에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있다. “네발로 기어가는 엄마”가 “아기가 되어가는” 반면에 화자는 “엄마의 엄마가 되어”간다. 엄마의 완쾌를 위해 “간절곶 어느 바닷가에서/ 기도를 하는 밤”에 “파도가 문 앞까지 몸을 밀고 들어와/ 쉬 쉬 쉬 쉬” 파도 소리를 내며 생리현상을 잠재우고 “무덤덤하게” 토닥거린다. 너무 간절하면 다 이루어질 것 같은 “간절곶”에서 화자는 “밤새 엄마와 울먹”거린다. 하동군 악양면 산골에서 간절곶 바다까지 흘러온 엄마의 내력은 “하룻밤 사이”에 “몸은 동그랗게” 말려 있다. 시간이 단절된 것 같은 엄마와 화자의 간절곶은 간절함만 간절히 남아 있는 곳으로 “아기가 되어가는 엄마”와 “엄마의 엄마가 되어가는” 화자가 “산골에서 바다까지” 이르게 된 내력을 되짚어 보는 “간절곶”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노인 병동」, 「전화」, 「기장 부산미용실」, 「수국」, 「고마운 사이」 등에서도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나 회한이 잘 드러난다.
이명자 시인에게 어머니는 단순히 화자를 낳고 길러준 대상이 아니다. 어머니는 “사람이 돌아오고/ 온기가 돌아오”(「도배를 마치고」)게 하는 절대적인 사랑의 힘을 가진 존재자요, 용서하고 포용하는 사람인 것이다. “꽃으로/ 바람으로/ 구름으로/ 어둠으로” “어디에도 있다”가 “어디에도 없”(「빈 자리」)는 애틋한 사모곡으로만 “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어머니라는 대상. 이명자는 그런 어머니를 “바람 든 무도 쓸모있는/ 그런 두루뭉술한 생”(「무」)을 살다간 가슴 아픈 어머니로, 또는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이라고 믿기도” 하는 대상으로 여기면서 “부모가 걸어간 길을 순순히 따르기로”(「엄마가 왔다」) 하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솔직하고 일관되게 유지한다. 그러면서 더 나아가 “엄마가 돌아왔다” 하면서 “수국”으로 현신한 어머니를 “나를 만나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 분명하다”고 단정 짓는다. 여기서 이명자 시인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진정한 정서나 애끓는 서정을 잘 엿볼 수 있다. “어디에도 없다”가 “어디에도 있다”라고 하며 불현듯 떠오르는 어머니에 대한 하염없는 그리움은 「춘삼월」의 “쑥냄새”나 「신목」의 “살아나는 믿음”에서도 잘 드러난다.
어쩔 수 없이 어머니로 향한 회한은 “상상을 하며 현실에 당도해 있는”(「우연한 생각」) 우연한 생각이거나 “생의 마지막 풍경처럼/ 붉은 허공/ 생애가 온통”(「악양 대봉감, 내 동생 선난이」) 떫은 맛 또는 서러운 일들을 마주할 때마다 자주 떠올라 섬진강가에 앉아 가만히 회상하기도 한다. 화자에게 각인된 어머니의 이미지들은 화자를 환기시키고 자성과 통찰하게 하여 어머니에 대한 육화된 감정이나 정서를 여과지로 맑게 걸러내는 작용을 해준다. 이를테면 어머니로 대체되는 “수국”이나 “빈 자리” 또는 “찔레꽃, 망할 꽃, 텃밭, 무, 견인” 등에서 화자는 과거만 보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시선으로 긍정과 희망적인 요소를 더 많이 지니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이명자 시인이 자서에서 “나는 엄마가 산 그 길을 순순히 따라가며 엄마가 가르쳐 준 인생을 살고 있다”라고 밝혔듯이 시작품 「텃밭 일기」에서도 “다시/ 생을 시작한다/ 흙에서 배운 것들로/ 일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그 자신의 각오와 희망이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 이명자 시집, 『누가 내 안에서 자꾸 꽃을 심는다』, 도서출판 지혜, 값 12,000원

목차

자서 5



1부

간절곶 12
민들레 13
황사 14
노인 병동 15
고욤처럼 16
길이 휘청거린다 17
불두화 18
전화 19
노을 20
구월 21
기장 부산미용실 22
이별 23
물가에서 24
두드러기 25
명자 찾기 26
쑥처럼 27
소파 28
유목민 29
평택에 다시 돌아왔다 30
슬픔이라는 둑 31



2부

수제비 34
남한강 나루터에서 35
망할 꽃 36
찔레꽃 37
빈 자리 38
견인 39
수국 40
춘삼월 41
신목 42
꽃밥 43
그리움 44
도배를 마치고 45
분꽃 46
텃밭 일기 47
비치우드 48
엄마가 왔다 49
우연한 생각 50
무 51
악양 대봉감, 내 동생 선난이 52
악양 53



3부

아버지 56
유년 57
아버지, 화개 58
절골 59
새벽 의식 60
詩苑 61
장을 보러왔다가 62
산행 63
안개 64
벽 65
마음 찾기 66
꽃가루가 천지에 휘날리는 날 67
산책자 68
이사, 유감 69
지구인은 아프다 70
소나무야 71
고마운 사이 72
상상 73
나에게 당부한다 74
망초꽃 75



4부

말 78
도라지꽃 한 줌 안겨주고 79
무당벌레 80
한 순간에도 81
물처럼 82
누구도 다녀가지 않은 것처럼 83
유년 소묘 84
어쩌다 일본살이 86
일본살이 2 87
일본살이 3 88
일본살이 4 89
일본살이5 - 단사리 90
일본살이 6 - 미찌노에끼 91
사막의 끝에 강물이 흐른다 92
산책 93
책 94
골프, 공감 95
시여! 97
백두산 천지 98


해설/ 지난한 내력의 통점으로 되짚어내는 사모곡思母曲, 또 사모곡思慕曲/ 권혁재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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