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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발

닭발

  • 성재봉
  • |
  • 지혜
  • |
  • 2025-08-11 출간
  • |
  • 112페이지
  • |
  • 130 X 225mm
  • |
  • ISBN 979115728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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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성재봉 시인은 늦깎이 시인이다. 공직 생활에 대학원 박사 공부에 몰려 시의 출발이 좀 늦었다.
그러나 늦은들 어떠랴. 성재봉 시인의 시는 견실하고 두껍고 신뢰롭다. 인간적으로도 든든한 그의 인품을 많이 닮았다. 그러므로 늦게 출발한 그의 시업은 충분히 보상받았고 결코 부족함이 없다.
다시 한번 모든 시, 모든 문장은 인간이고 그 자신의 인생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더불어 모든 시는 자서전의 일부라는 생각을 또 하게된다.
성재봉의 시는 적당한 난이도로 숨겨놓은 보물찾기의 보물들 같다. 조금만 주의깊게 애정을 가지며 읽는다면 누구나 그의 시에서 그의 인생과 그의 사랑과 그의 소망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으리라. 인생 파노라마 같은 그의 시. 최근에 읽은 그 어떠한 신인의 시보다도 성재봉의 시는 정직하고 견실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 선량하기 그지없는 시인의 성공을 보는 것이 나의 생애 남은 꿈이기도 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ㅡ 나태주 시인


기울어진 가세는 삶의 터전을
읍내에서 낙동강 칠백 리
제일 끝자락으로 내몰았다

빨간색 완행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삼십 리 비포장길을 달려야 했던
중학교 시절

낡은 차부車部에서의 야윈 닭발 튀김은
단돈 오십 원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마른버짐 가득한 아이의 탐미였다

마지막 발톱을 삼킬 즈음
늙은 소 같은 중고 오토바이를 타고 온
아버지와 마주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토바이만 짖어댈 뿐
부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닭발은 못이 되어 아버지의 가슴에 박혔고
가난한 들판의 사랑은 노을로 붉게 그을리고 있었다
- 「닭발」 전문


위 시에서 성재봉은 가난을 빨간색 완행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삼십 리 비포장길을 달려야 했던 중학교 시절의 삶으로 표현하고 있다. 가난은 관념이 아니다. 정말로 가난을 경험한 이는 마음 깊은 곳에 가난의 감각을 품고 있다. 시인은 “낡은 차부(車部)에서의 야윈 닭발 튀김”을 운명처럼 떠올린다. 가난한 아이는 먹고 싶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먹는다고 해도 단돈 오십 원짜리인 ‘야윈’ 닭발을 먹는 게 전부다. 배불리 먹는 것도 아니고 그저 허기를 달랠 수 있을 뿐이다. “마른버짐 가득한 아이의 탐미였다”라는 시인의 고백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먹는 게 부실한 아이의 얼굴에는 마른버짐이 가득 피었다. 그 얼굴로 아이는 허기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야윈 닭발을 물어뜯었을 것이다. 시인에게 가난이란 이와 같은 것이다. 야윈 닭발이 탐미(耽味/耽美)의 대상이 되는 데서 성재봉 시로 가는 단서가 피어난다. 그는 가난의 감각을 맛보고, 그 감각을 통해 아름다움으로 가는 시의 길을 연다.
시인이 말하는 가난의 탐미는 동시에 그 상황을 슬프게 바라보는 아버지/어머니의 눈과 이어져 있다. 야윈 닭발 튀김을 다 먹을 즈음 아이는 아버지와 마주쳤다. 아버지는 “늙은 소 같은 중고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 야윈 닭발 튀김을 ‘탐미’하는 아이의 마음을 아버지가 모를 리 없다. 아이가 겪는 가난을 아버지 또한 겪고 있을 테니까.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도 아이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오늘 아버지는 식구들이 하루 먹을 양식을 벌었을까? 아무런 말이 없는 아버지를 어린 아들은 이해한다. 마른버짐이 퍼진 아들의 얼굴을 애써 외면하며 아버지는 오토바이가 가는 길목만 바라보았을 것이다. 말을 잃은 아버지와 아들의 귀에 오토바이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가면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아버지가 겪은 가난(의 감각)을 아들이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가난을 온몸에 새긴 아버지에게 아들 몸에 새겨진 가난은 끔찍한 고통과 같다.
“작은 섬”(「섬, 멍들다」)에 갇힌 자식들을 향한 아련한 마음은 「엄마의 눈물」에도 그대로 표현된다. 눈에 들어간 티끌이 아기를 괴롭히면 엄마는 보드라운 혀로 씻어 주었고, 복숭아를 서리한 소년이 주인에게 꾸지람을 듣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포근히 안아 주었으며, 거친 세상의 풍파에 상처 입은 청년을 보고 엄마는 별것 아니니 힘내라고 웃어주었다. 엄마의 이 힘으로 아기의 눈은 맑고 깨끗해졌고, 소년의 마음은 선해졌으며, 청년의 심장과 머리는 튼튼하고 강해졌다. 엄마의 이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일까? 마흔이 훌쩍 지나서야 시인은 이 속에 숨겨진 ‘엄마의 눈물’을 알게 된다. 아버지가 아무 말 없이 아들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집에 갔듯, 엄마 또한 아무 말 없이 씻어 주고, 안아 주고, 웃어주었다. 성재봉의 시는 작은 섬에서 펼쳐지는 고통과 온몸으로 이를 끌어안는 아버지/엄마의 눈물 사이에서 피어난다.


노을이 유난히 붉게 떨어지던 그날
마을 어귀에 사과 난전이 펼쳐졌다

몸빼 차림의 순영이 엄마
새끼 소를 높은 값에 팔고 돌아오는 종관이 아버지
면사무소에서 먹물 더미를 한 바가지 싣고 온 마을 이장님
모두 노을빛 사과를 한 아름 안고 집으로 향했다
집집마다 빨간 향의 아삭한 말들로 새콤달콤한 과즙이 톡톡 터져 나왔다

이장댁 밭일을 마치고 바쁜 걸음으로 도착한 그녀
꼬깃한 지폐를 만지작거리며 사과가 맛없어 보인다고 잔가시 가득한 손으로 시쿰한 된장국을 차려내었다

누군가 깎아놓은 사과껍질 마냥 길고 길었던 그 밤을 잊지 못한다
새콤달콤 터진 과즙이 그녀의 눈물과 섞여 비로 쏟아졌다

다음 날
비에 젖은 꽃잎이 아침 햇살을 품은 채 견디고 있는 것을 보고 말았다
- 「사과」 전문


가난은 관념이 아니라 감각으로 표출된다고 했다. 가난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늘 가난을 상상한다. 관념으로 가난을 그리고 관념으로 가난을 극복할 단서를 찾는다. 가난을 감각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다르다. 가난의 감각은 몸에 새겨져 있어, 관념으로는 도무지 그 가난을 표현할 수 없다. 위 시에서 시인은 “노을이 유난히 붉게 떨어지는 그날”의 감각으로 가난을 불러낸다. “집집마다 빨간 향의 아삭한 말들로 새콤달콤한 과즙이 톡톡 터져 나왔”지만, 이장댁 밭일을 마치고 집에 이른 여인은 꼬깃한 지폐를 만지작거리다가 사과가 맛없어 보인다며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다. 잔가시 가득한 손으로 시쿰한 된장국을 아이들 앞에 차려놓은 여인의 이 마음을 시인은 노을빛 사과와 새콤달콤한 과즙의 감각으로 기억하고 있다. 새콤달콤한 과즙 대신 시쿰한 된장국을 먹는 아이를 시인은 온몸을 떨며 떠올린다. 애써 그 상황을 외면하는 어미의 심정이야 달리 말해 무엇 할까.
시인은 노을 진 그날을 “누군가 깎아놓은 사과껍질 마냥 길고 길었던 그 밤”으로 기억한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빨간 사과의 감각은 이미 마음 깊이 새겨져 있다. 사과를 볼 때마다 시인은 이날의 감각을 떠올릴 테고, 그에 맞추어 몸 또한 반응할 테다. 하필이면 이날 비가 내렸나 보다. 시인은 새콤달콤 터진 과즙과 여인의 눈물, 그리고 쏟아진 비의 감각으로 이날을 떠올리고 있다. 과즙-눈물-비로 이어지는 이미지의 흐름은 “다음 날/ 비에 젖은 꽃잎이 아침 햇살을 품은 채 견디고 있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아침 햇살이 내리쬐면 비에 젖은 꽃잎은 이내 마를 것이다. 시인은 이를 통해 흐르는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희망을 표현한 것일까? 아니다. 시인은 다만 주어진 상황을 견디는 서민들의 아픔을 아침 햇살의 이미지로 드러내고 있다. 시인은 비에 젖은 꽃잎과 더불어 아침 햇살을 기억할 것이고, 그럴 때마다 어미의 눈물과 섞인 새콤달콤한 과즙을 떠올릴 터이다. 그것이 바로 성재봉이 그리는 가난의 감각이다.


가진 것은
짧은 언어

그마저도
살기 위해
잊은지 오래

절대고독

종달새





가난한 시인은
봄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 「낙화」 전문


성재봉은 “가난한 시인”을 말하고 있다. 가난한 시인은 꽃잎이 떨어지며 내는 소리를 듣는 존재이고, 종달새가 수직으로 낙하하며 내뱉는 함성을 듣는 존재이다. 어떻게 그런 소리를 듣느냐고 물을 필요가 있을까? 사물을 향한 지배 욕망을 내려놓는 순간 시인은 꽃잎이 되고, 종달새가 된다. 꽃잎과 종달새가 되어 그들이 내뱉는 짧은 언어로 시를 쓰는 상황을 시인은 “가난한 시인은/ 봄말을/ 내뱉기 시작했다”라는 시구로 표현한다. 봄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탄력(「탄력의 한 가운데에서」)으로 온갖 사물을 환호케 한다. 봄말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그것은 뜨거운 생명을 품고 있다. 떨어지는 꽃이라고 다르지 않고, 수직으로 낙하하는 종달새라고 다르지 않다.



- 성재봉 시집, 『닭발』, 도서출판 지혜, 값 12,000원

목차

시인의 말 5



1부
작은 섬

한 토막의 바람을 갈고 쪼고 닦다 12
칼국수 13
불맛 14
맘보의 추억 16
친구가 사라졌다 17
이별의 온도 19
섬, 멍들다 20
엄마의 눈물 22
닭발 23
기도 24
사과 25
목련나무가 서 있는 마당 26
그늘에 눕다 27
아픈 꽃과 나비 29
웬걸 30
새봄 31



2부
말의 조각보

남쪽, 음악당이 있는 도시 34
댁에 매화가 구름같이 피었더군요 36
탄력의 한 가운데에서 37
율동의 시초 38
바람에게 39
최고의 여행 40
환대 41
첫사랑 42
오이도행 김밥 열차 43
나란히 44
가나 혼인잔치의 승소僧笑 45
수련 46
산사의 아침 47
프리즘 48
모감주나무 49



3부
경외의 파편들

마이너리티 52
처서 아침 54
K의 봄 55
옥수수를 먹어야 하는 이유 57
조응照應 58
배롱배롱배롱나무 59
초가을 밤에 60
플루트 61
고양이의 눈을 바라보며 - 애묘 도도에게 62
연휴의 끝 밤 63
시간의 무게는 순백일까 64
스님이 된 그녀 65
수평선 66
크리스마스에 못을 박다 67



4부
낮달은 흔들리고

이방인 70
사월死月의 밤 71
노시인의 살생 사건 72
새벽이 오는 순간 73
늙은 거리에서 낮달은 흔들리고 74
호접몽 75
바라본다는 것 76
남해를 보다 77
무량사 78
구절초 79
추마곡秋磨谷 80
11월 81
한 남자의 숲 82
감기약 83
낙화 85



해설/ 가난의 감각으로 여는 봄날의 언어 - 성재봉의 시/ 오홍진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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