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스쳐 간 자리마다 시가 피어났다
찬찬히 바라보고 다정히 적어 낸 기록들
『꽃도 바람을 그리워한다』는 시인 김병훈이 지나온 시간과 마주했던 풍경들, 그리고 삶을 바라보며 차곡차곡 쌓아 온 사유를 담아낸 시집이다. 시인은 긴 교직 생활 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사계절 속에 사람의 마음이 흐르는 현장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이 시집은 교사의 작은 시선에서부터 자연과 가족, 그리고 이국의 대지까지-삶의 모든 풍경을 노래한다.
학교에 첫발을 들여놓았던 순간, 옛 제자가 보낸 엽서, 동료 교사들과 주고받는 온기와 같은 따스한 이미지가 시인의 섬세한 언어로 되살아난다. 그리고 시인은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제자들을 기다리면서 어린 시절 소풍날을 손꼽는 아이가 된다.” 이 문장에는 그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돌이켜 보는 유년 시절, 그리고 바다와 산, 꽃으로부터 받는 위로와 일상 속 장면들은 수채화처럼 펼쳐지며, 이는 독자로 하여금 잔잔한 공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시집 3부에서 시인의 시선은 넓은 세계로 확장된다. 고비 사막, 로탕라, 카르둥라, 타지마할… 다소 낯선 지명들과 함께 등장하는 이방인의 풍경은 시인의 시 세계에 한층 더 깊은 울림을 더한다.
『꽃도 바람을 그리워한다』는 어쩌면 그 모든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는 한 사람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시인이 오래도록 응시해 온 것은 결국 삶의 다정한 조각들이기 때문이다. 시를 통해 말없이 건네는 따뜻한 시선이 독자의 마음에도 조용히 스며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