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시를 쓰는 안창섭 시인의 시집 『도道시詩락樂이 돌아오는 시간』(작가마을)이 ‘작가마을 시인선’ 72번으로 발간되었다. 안창섭 시인은 경남 진해에서 시, 시조, 소설 등 문학의 다방면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시인이다. 무엇보다 시인은 해군 출신으로 평생을 몸담은 진해를 떠나지 못하고 살고 있으며 100회 이상의 마라톤 완주 기록을 가지고 있는 생활마라토너이기도 하다.
이번 시집 『도시락이 돌아오는 시간』은 시조집을 포함하면 세 번 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의 중요한 부분은 안창섭 시인의 재기발랄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시집이라는 점이다. 평소의 긍정적이고 활달한 성격처럼 시의 모티브도 어느 하나의 주제나 주제의식에 함몰되지않고 자유분방하다. 풋사과 같은 순수함과 주변의 이야기, 그러다가 자신의 내면을 은근슬쩍 드러내는 대범함이 부드러우면서도 세속을 찔러보는 찰라의 번뜩임을 부여주기도 한다. 자칫 단순한 언어유희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그의 시를 보면 단순한 언어유희가 아님을 알수 있다. 그만큼 이번 시집의 주 테마는 ‘사랑’ ‘저항’ ‘자의식의 발로’로 보여진다. 내면에 자리한 시인의 심성을 주제별 화자를 통해 나름 저항하는 모습이나 세상을 향해 일러주는 언어의 간결함들이 읽는 맛을 더해준다.
이러한 안창섭의 작품세계를 김정수 시인은 “안창섭 시인의 시집 『도시락이 돌아오는 시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 끊임없이 시도한다. 존재의 의미는 사랑의 상처와 그리움을 주제로 한 ‘세계의 자아화’라는 전형적인 서정시의 방식을 택하지만, 시인으로서의 위치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초월 의지는 낯선 언어와 형식을 지향한다. 익숙한 듯 낯선, 낯선 듯 익숙한 언어와 형식으로 개인사적 서정을 넘어 불합리한 현실 세계와 인간의 허위를 에둘러 비판한다.”고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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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비평
안창섭의 시가 변했다. 길이가 짧아지고 행갈이도 빈도가 높아졌다. 길게 이어지던 산문시는 숨이 가쁠 지경이었다. 그는 마라토너이다(100회 이상의 완주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마라톤을 한 번도 완주해본 적이 없는 나는 그의 호흡을 쫓아갈 수 없었고, 중도에 포기하곤 했다. 그의 시는 여전하다. 여전히 앞말의 꼬리를 물고 뒷말이 이어지고 뒷말은 그 뒷말에게 바통을 넘겨주었다. 언어유희 혹은 말놀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젊은 시인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기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살구요」, 「도시락」, 「뭐시 중한디」 등에서 드러나는 말놀이는 언어유희를 넘어 사회풍자적 장치로 기능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는 위험하다. 언어유희의 과잉은 시의 정서적 밀도나 중심 메시지를 희석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많은 시에서 발견되는 기발한 표현들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다. 그의 시를 믿는다. 「몽당연필의 봄바람」, 「점심 생략」, 「4월의 화인」 등의 시편들은 시간과 인간, 사랑과 이별, 삶과 죽임이라는 고전적인 시적 주제들을 다양한 형식과 은유로 녹여낸다.
- 김승강 시인
안창섭 시인은 그늘 속에서도 그림자를 심안으로 품을 줄 알고 바람과 마주 앉아 술잔을 건넬 줄 아는 시인이다. 삶의 모서리와 비탈과 구석에서도 그는 시작의 삽날을 땅심 깊이 박을 줄 안다. 그의 시는 부정맥 심장의 바람 같아서 문장의 결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킴에 있어 그침이 없다. 또한 근육질이 팽팽한 일상을 통해 건장한 시간을 경영해 가며 응축된 문맥의 탄력성으로 시의 외연을 확장하는데 익숙한 시인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숨은 그림도 없을뿐더러 뒤끝도 없어서 정직하고 담백하다. 투명한 눈물의 뼈를 발칸의 장미와 함께 포장해서 유배시킨 사랑 쪽으로 방목하고 돌아와 능청스럽게 술잔을 들이켤 줄 아는 시인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의 술잔에 채워진 고독과 그리움은 정제되지 않은 25도의 눈물이다. 그 눈물 속에서 풍기는 비릿한 안창섭 시의 체취는 생산적이며 너무 인간적이어서 나는 좋다.
- 김시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