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와 스킨답서스〉는 이 시대 창작노동자들의 절망과 희망, 그리고 그 사이를 견디는 삶의 온도를 담담하게 담아낸 소설이다. 이름부터 ‘무용(無用)’한 존재를 자처하는 주인공은 소설가로서의 삶을 선택하며 자발적 가난을 감수하고, 반지하라는 물리적·상징적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애쓴다. 작가는 이 인물의 시선을 통해 예술과 생존 사이의 모순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문학 내부의 자기반성적 시선도 이 소설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등장인물들은 “소설은 쓸모없다”고 말하지만, 그 ‘쓸모없음’ 속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감정과 진실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소설은 그것이 무해하기에,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점점 인기가 떨어지는 소설 창작 수업, 젖어버린 자비출간 소설책, 그리고 삶을 먼저 챙기라는 주변의 충고들 속에서 주인공은 무수히 흔들리고 절망하지만, 끝내 ‘쓰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스킨답서스는 빛이 없고 열악한 공간에서도 자라는 식물이다. 반지하의 어둠 속에서도 줄기를 뻗는 그 식물처럼, 이 소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삶의 아래에서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가능성을 포착한다. 이 소설은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길게 남는다. 오늘을 살아가는 무수한 ‘무용’들의 이름 없는 기록이자, 동시에 그들을 위한 조용한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