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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

  • 설재인
  • |
  • 나무옆의자
  • |
  • 2025-08-18 출간
  • |
  • 268페이지
  • |
  • 130 X 189 X 21mm / 426g
  • |
  • ISBN 979119938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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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가난이 불 지핀 욕망의 화차
선인 없이 악인들만이 탑승한다

소을의 장례식장에는 그에게 상담을 받던 ‘부티’ 나는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가득했다. 영정을 보며 “선생님 없이 내가 어떻게 사느냐”(59쪽)며 진심으로 섧게 우는 그들을 통해 아람은 소을이 했던 ‘상담’에 대해 알게 된다. 소을은 명문대 심리학과 석사 출신이라고 학력을 위조한 후, 예술에 빠졌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그 허상에 질려 대학원에 가서 새 삶을 산 ‘정신 차린 탕아’를 연기했다는 거였다. 8학군 아이들에게 그거 다 헛것이라고, 예술은 인생 망하는 지름길이라며 자신의 과거를 나락으로 비추며 진로를 바꾸도록 설득하는 일을 하고 있던 거였다. 자식이 돈도 안 되는 예술에 빠질까 걱정하던 부모들은 아람에게 같이 일하던 선생님이냐며, 혹시 소을이 하던 과외를 이어서 맡아줄 수 있느냐 묻는다.
아람은 조소한다. 소을은 과거에 맡았던 학생 중 하나를 언급하며 “재능 하나 없는데도 연기 학원 안 보내주면 죽어버리겠다면서 손목을 그었던 아이라고 소을은 신랄하게 비웃었”(60쪽)는데, 그런 멸시를 모르면서 울고나 있는 순진한 학생들. 부티 나는 차림새로 본인 자녀가 아람처럼 되지 않게 해달라고 읍소하는 학부모들. 이 모두가 아람에게는 일종의 기회였다.
빈자가 부자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빈자와 같은 나락에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읍소하는 이들을 내려다보며 조소하기. 아람은 기꺼이 부자가 두려워하는 빈자의 삶을 거울로 비춰 겁주기로 한다. 이미 나락에 있는 아람은 그 두려움에서 자유로우므로 빈자의 삶을 무기 삼아 휘두른다. 계속 예술을 꿈꾼다면 너의 부모님이 아니라 나와 같은 궁한 삶을 살게 될 거라고 학생들을 겁준다. 그렇게 처음으로 부자들에게서 돈을 착취한다.

그리고 지금 빈소에 찾아온 희민은 명문 외고 이름이 적힌 과잠을 입고 있었다. 장례식장에서조차 벗기 싫은 상징. 그래, 그것이 그들의 ‘살 수 있음’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살다’란 단어의 정확한 정의가 뭘까. 아람은 궁금해졌다. 지금의 아람에게 ‘살다’는 그저…… 그저, 890만 원의 동의어일 뿐인데. (60쪽)


“아아, 이런 생각은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래도 돈이 좀 있는 애들이 착해.”

누구나 한때 아끼고 사랑했던 것을 증오하고, 증오했던 것을 다시 사랑하는 경험을 한다. 아람은 학생들이 가진 예술에 대한 애정을 죽이고 돈만을 좇는 사람으로 만드는 과외를 한다. 학력과 경력을 위조해 소을을 연기하며 사는 것이다. 그렇게 콜센터에서 일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번다. 하지만 빈곤에 대한 수치심은 돈이 없기에 이뤄질 수 없었던 욕망을 떠올리게 하고, 어떤 기제를 자극해 인간을 괴물로 만든다. 아람은 “돈 있는 집안 애들이 착하다”(242쪽)는 말을 한다. 빈곤으로 고통받다가 우연한 계기로 죽은 친구의 직업을 가로채 잠시 빈곤으로부터 한 계단 올랐을 뿐인데도 내려다보며 가난한 자들을 능멸한다. 마치 자학하듯이.
나락에 닿아본 사람은 나락에 다시금 잡아먹힐까 하는 불안을 지니고 산다. 그리고 가끔은 원망하는 사람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방식으로 불안과 겨룬다. 가난에서 잠시 벗어난 아람은 가난했던 본인을 착취한 석원에 대한 업화를 뒤늦게 온몸으로 느끼며 이기지 못할 감정을 키운다. 그리고 홀연히 소을의 사체를 청소했던 청소부와 합의한다. 김석원을 찾아내 ‘정리’하자고.
소설 초반부가 지나면 청소부의 과거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청소부 ‘박형근’은 사실 의대를 지망했으나 4수를 하면서도 의대 진학에 실패해 물리학과에 입학한 대학생이었다. 그는 입버릇처럼 “내가 피를 못 봐서 의대에 못 갔어”(87쪽)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서른 살이 되어도 졸업하지 못하고 변변한 생업을 갖지 못한 그는 본인이 혐오한 가난한 삶에 빠질까 두려웠다. 그렇게 젊은 청소부를 구한다는 구인 광고를 보고 입사해, 시체 청소부로 일하게 된 것이었다. 아람과 형근은 석원이 유튜브 촬영차 내려가 있는 시골 ‘당롱리’로 함께 향한다.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은 결코 예술에 몸담았다가 현실에 배반당한 사람의 절규만을 그리지 않는다.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을 계급 비교, 가난, 입시 트라우마를 조준한다. 그들을 악인으로 살게끔 만든 한국의 사회 구조를 조명한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리도 고통받았느냐고. 무엇이 우리를 모두 패배자로 만들었느냐고. 이곳은 선인이 존재할 수 있는 곳이 맞느냐고.

죄 없는 자는 아무도 없다!
불편해서 끝까지 보게 되는 치명적인 악인들의 연극

이 소설에서 돋보이는 것은 본인의 욕망에 충실한 인물들뿐이 아니다. 그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을 그리는 욕설 섞인 적나라한 묘사에 있다. 하지만 거북한 비속어가 결코 불편하지 않고 통쾌하게 읽히는 것은 우리 모두 인물이 표현하는 수준의 감정을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개새끼. 형근은 타이머 앱을 실행하고는 히죽대며 육성으로 초를 세는 김석원 앞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신의 정체성은 오롯이 실패에만 뿌리를 두고 있었다는 것을. 수능 대박을 칠 뻔했던 사람, 의대에 갈 뻔했던 사람, 대학교에서 인기 많은 오빠가 될 뻔했던 사람, 실망한 부모를 청소부라는 남다른 수입원으로 멋들어지게 이길 뻔했던 사람. 자신은 그 ‘뻔’을 믿으며 살아오고 있었다. 원래는 ‘될 놈’이었으나 스스로 딱히 죽어라 매달리지 않아 ‘되지 않았다’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그렇게 자위하던 인간이었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110쪽)

당롱리는 석원이 유튜브를 촬영하는 곳이자 아람과 형근이 석원을 ‘정리’하기 위해 찾아가는 농촌이다. 그리고 전교생 30명 중 25명이 서울에서 유학을 온 학생들인 지역 유일의 중학교 ‘당롱중학교’가 있는 시골이기도 하다. 농어촌 전형 등 대학 입시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주소지를 미리 옮겨 자녀를 전학시킨 학부모들의 욕망이 빼곡히 얽혀 있는 곳이다. 욕망이 가득하다는 건 곧 돈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당롱리는 입시에 침 흘리는 학부모들의 돈이 없으면 묘지와 같은 곳이기에, 마을 주민들은 그들이 떠날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아람과 형근은 당롱리에 내려가 석원이 사기꾼이라면서 떼인 돈을 받으러 왔다고 마을에 소문을 내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한다. 멀리 서울에 있지만 그 소문을 들은 부모들이 낭패를 뻔하게 당하고 있을 리가 없다. 그들의 메신저 단톡 방엔 이미 석원을 처분하라는 열광이 가득하다.

그 유튜버는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당롱리에 타의로 갇혀 무료해하던 중학생 쥐 떼들을 몰고 감히 입시 파멸의 길로 향하는 중이었다.
아람은 학부모 회장이 보여준 학부모 단톡 방의 열광적인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죽여요, 죽여. 그냥 있었어도 죽이고 싶었는데, 심지어 사기꾼이었어? 당장 쫓아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149쪽)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연뿐 아니라 조연과 얼굴조차 등장하지 않는 엑스트라마저 욕망에 가득 차 행동한다. 언뜻 일그러진 듯 보이지만, 우리의 행동 중 대부분은 악의 축에 가까우며 선이라 일컫는 것도 대개 속을 들여다보면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인간이 이렇게 행동하는 슬프고도 익숙한 이유는 십중팔구 돈과 얽혀 있다. 우리는 돈 때문에 치졸해지고 돈 때문에 웃음 지으며 돈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산다. 설재인은 작중 인물들처럼 아주 솔직한 마음을 작가의 말에서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가끔 궁금해한다. 내가 만약 돈이 많다면……. 원래 많았거나 아니면 책 한 권이 대박 나서 떼돈을 벌었거나 아니면 대단한 직업을 가진 투잡러였다거나 혹은 백번 양보해 소설 쓰기 전의 직업을 때려치우지 않았다거나(이 경우엔 소설을 쓰지 않고 자살했을 확률이 좀 더 높긴 하다)……. 그랬다면 강퍅하고 치졸한 서사 대신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문장들을 기록할 수 있었을까?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들 그 어떤 이들도 싫어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부정할 수 없는 공감대를 이루고야 만다. “왜냐하면 이들을 미워하는 순간 이 세상 거의 모든 사람을 증오해야 할 정도로 이들이 품은 악의 수준은 평범”(268쪽)하기 때문이다.

목차

아람
형근
아람
형근
아람
민욱

작가의 말

도서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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