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고래는 태풍의 길목에서 날아 올랐다
중국에서 몸짓을 하면, 반대편 미국에서 진동이 일어난다.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딥시크(DeepSeek)의 출생으로, 미국의 인공지능 칩의 대장주로 불리는 엔비디아(NVIDIA) 시가총액이 5,900억 달러(약 848조 원)가 사라졌다. 단 하루 만에 말이다.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딥시크, 과연 그들은 누구인가?
골드만삭스는 AI로 인해 향후 중국에 2,000억 달러(약 288조 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중국의 GDP가 0.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AI 때문이다. 딥시크 그들의 등장 이후로, 중국 증시의 날씨는 맑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기술 혁신, AI의 역할이 컸다. 중국 AI 공급망과 기술력이 재평가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를 모방한 것으로 주목받았던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 기업 샤오미의 레이쥔(雷p) 회장은 이런 말을 했었다.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을 날 수 있다.” 레이쥔이 추구한 원칙은 바로 ‘순세이위(順勢而爲)’였다. 실력이 있으면 기회가 왔을 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딥시크의 등장과 거센 물결의 흐름을 지켜보며 “태풍에서도 고래는 난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들의 출현은 우연도 필연도 아니었다. 자연 발생학적인 흐름이었다. 중국을 익히 아는 사람들은 아마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대부분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딥시크의 출현은 단순히 중국의 굴기, 중국의 자국 혁신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새로운 화폐 전쟁, 무역 전쟁처럼, 미국과의 역동적이고 치열한 패권 전쟁이 예고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딥시크와 중국의 기술 혁신을 이해하는 것은 AI를 소비시장에서 신속하게 실험하고 상용화하는 데 중요한 벤치마킹이 될 것이다. AI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인사이트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기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협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것만은 분명하다. 중국은 생태계를 넘어, 제국을 완성하길 원한다. 현재 국내에 테무, 알리바바, 샤오홍슈, 쉬인 등 많은 중국 C-커머스가 들어와 영토를 넓혀 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중국 기업의 해외 사업 진출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른바 ‘출해(出海)’ 개념과 가깝다. 출해 전략은 자본, 기술, 거버넌스를 통합한 글로벌 생태계를 가리킨다. 해당 현상들은 중국의 기술 독립, 즉 자주적 혁신을 보여 주는 현실이며, 중국이 그리는 AI 코스모스 생태계의 위력을 암시한다.
중국의 AI 문샷(Moonshot)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
지금 중국 현지의 분위기는 어떨까? 마치 1960년대 미국이 아폴로 우주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때처럼,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로 바꾸는 중국판 AI 문샷 프로젝트의 분위기가 만연하다. AI 문샷을 먼저 쏘아 올린 주체인 딥시크는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AI 비즈니스 모델의 재편성으로 반격을 날렸다. 오픈AI의 샘 올트만도 잠을 설치게 한, 중국의 역주행. 그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딥시크와 같은 AI 기업은 4,000개가 넘으며 핵심 산업 규모는 6,000억 위안(약 120조 원)에 달한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특허 환경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생성형 AI 특허 출원 수는 지난 10년간 3만 건 이상으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한다.
중국이 그리는 AI 지형도
딥시크가 점을 찍고, AI 응용 모델과 기업들이 선을 잇고, 최종적으로 대형 언어 모델(LLM) 연구 개발 기업, AI 응용 서비스 기업, 국가가 모두 힘을 합쳐 면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면은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권을 기반으로, AI 중심의 새로운 경제벨트를 조성하게 된다.
과거 중국의 실크로드 역사를 잠시 떠올려 보자. 당시 중국의 비단이 서양으로 흘러가며 중국은 무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 등 영역에서 문명을 개척한 국가였다. 이러한 역사는 중국의 뿌리 깊은 자부심이며, 중국이 그리는 현대 중국몽(中國夢)에 동기를 부여하는 역사적 유전자이다. 지금 중국은 시대에 맞게 다시 그 영광의 굴기를 재현하고자 한다. 마침 중국의 큰 그림에 보답하듯 딥시크가 공을 쏘아 올렸다.
딥시크의 등장은 중국을 재조명하게 만들었다. 먼저 딥시크가 코드를 무료로 공개한 ‘오픈소스’ 전략에 놀랐다. 이는 다시 말해 모두에게 재료를 공개한 것인데, 기존의 클리셰를 전복시켰다. 딥시크는 개방, 공유, 참여를 추구했다. 모두가 AI를 사용할 수 있는 입구를 만들었다. 기술을 누리는 개인, 기업, 공동체, 사회에게 자율성을 주었다. 다른 한 가지는 ‘공식 깨기’다. 대형 언어 학습 모델에 대한 기존 공식을 깨었다.
딥시크 창립자 량원펑(梁文鋒)의 사무실 벽에는 이런 문구가 걸려 있다고 한다. “알고리즘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하자” 기술에 대한 인간적인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왜 그가 투명하게 공개했는지 밑바탕에 깔린 인문학적 사고도 유추해 볼 수 있다.
딥시크는 많은 혼란과 이슈를 불러일으켰지만, 한 가지를 남겼다. 그것은 바로 ‘혁신’은 단지 세상에 없던 것을 발명하고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닌, 과거에 우리가 늘 써오던 타성에 젖은 개념과 대상을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재해석된 솔루션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자, 그러면 딥시크는 어떻게 전 세계를 놀라게 했을까? 딥시크 서사의 세계로 지금 당장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