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이 피는 자리』에는 푸른 바다와 함께 걸어온 한 인생의 질감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갈매기처럼 날았던 젊은 날도, 폐선처럼 부서졌던 사랑도,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를 절이고 절여 소금꽃으로 피워낸 시간까지. 이 시집은 단지 기억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그 기억 속에 깃든 삶의 방식과 감정의 깊이를 시어로 정련한 작업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시편들이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결코 절망으로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절망은 바다에 씻기고, 슬픔은 소금으로 농축되어, 마침내 시인의 손끝에서 빛나는 결정으로 피어난다. 이 시집은 바다의 기록이면서도 동시에 육지의 슬픔, 시간의 결, 가족의 이야기, 사랑의 잔상들이 겹겹이 쌓인 정서의 지층이다. 읽는 이는 어느새 갯벌을 딛고 파도에 젖으며, 송진 묻은 밧줄과 소금에 절인 생명의 숨결을 따라 시 속을 걷게 된다. 이 책은 바다를 사랑한 한 시인의 고백이자, 삶을 껴안는 방식에 대한 조용한 제안이다. 『소금꽃이 피는 자리』는 이제 독자에게 바쳐진다. 소금꽃 한 송이 피워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과 절망과 희망이 켜켜이 쌓였는지를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꽃이 언젠가 당신 삶의 결핍을 채우는 언어가 되기를 바란다.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