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문 우병택 시인, 문학평론가
진솔함이 철학적으로 읽히는 용기 있는 시인
淸湖 이철우 시인은 양반의 고장인 충북 음성 감곡 출생이다. 2022년 제10회 「청향 문학상」 운문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문학상 운영위원이었던 나와 인연이 됐다. 淸湖의 「청향문학상」 수상은 같은 해에 『미소 문학』에 신인상 수상과 함께 문단에 정식으로 등단한 후 첫 쾌거였다.
이런 인연으로 시집 「노송老松」의 초고를 출판사로부터 받으며 내심 큰 기대를 했다. 시집 「노송老松」은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순수 창작시 127편이 여섯 영역으로 분류돼 있었다.
시집 한 권을 처음으로 내 본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사건임엔 틀림이 없다. 淸湖 이철우 시인은 부지런한 시인 중에서도 으뜸이다. 매일 아침 일찍 여러 커뮤니티에 그날과 관련된 글을 올리기로 유명하다. 날씨는 물론 다양한 안부까지 빠짐이 없다. 시인이 올린 글을 일 년 동안 모아서 책을 엮는다면 365쪽으로 당해의 귀한 기록이 될 것이다.
각설하고 이철우 시인의 첫 시집 〈노송〉은 모두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부터 차례로 살펴보자.
총 126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철학적인 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淸湖가 애초에 철학적 사고로 시를 썼다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시인이 매일 써온 글에서 스스로 터득한 나름의 삶이 철학적으로 읽혔기 때문일 것이다.
최고의 시어로 시를 쓰고픈 시인의 노력이 빛나는 시들
제1부의 대표적인 시 〈내 사랑 참사랑〉의 전문을 감상해 보자.
당신이 어떤 꽃보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내가 당신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아침이슬처럼 당신이 보석보다 영롱한 것은
나의 마음이 당신을 보듬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저 밤 별들은
당신과 나눈 수많은 밀어일 것입니다//
모래알같이 살아온 행복한 날들은
당신이 내 곁을 묵묵히 지켜주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당신의 향기가 내 안에 그윽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죽어 숨이 멎을 때까지
당신을 마음으로부터 죽도록 사랑하렵니다//
당신은 그토록,
사랑받을 자격을 넘치도록 갖추었으니까요.//
淸湖가 온전히 표현하고자 하는 당신에 대한 사랑이 모든 연마다 영롱한 빛을 발하기에 1부를 대표하는 시로 뽑혔을 것이다.
첫 연에서 당신을 다음과 같이 표현해 놓았다.
아침이슬처럼 당신이 보석보다 영롱한 것은
내가 아닌 누구에게도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 행에서
나의 마음이 당신을 보듬기 때문입니다
라고 그 합당한 이유를 소박하게 말했다. 누구도 아닌 시인 자신의 ‘마음이 영롱한 사랑을 보듬기 때문’이란 것이다. 淸湖를 잘 아는 이라면 무릎을 치며 ‘맞다, 맞아’라고 수긍할 것이다. 그리고 절창은 마무리에서 더욱 빛이 난다.
나는 죽어 숨이 멎을 때까지
당신을 마음으로부터 죽도록 사랑하렵니다//
당신은 그토록,
사랑받을 자격을 넘치도록 갖추었으니까요.//
글쎄, 사랑에도 사랑받을 자격이 필요하다면 시인의 ‘당신’이 자명할 일이다. 이렇기에 나름의 사랑에 대한 철학이 확립된 게 아닐지.
다음 시 〈행복 지수〉를 감상하다 보면 굳이 고대 철학자들의 ‘행복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淸湖의 생활 철학에 다 나와 있다고 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많은 이들이 거대한 성공이나 특별한 순간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삶 속에 작은 감사에서 빛나는 게 아닐지?’ 淸湖 시인이 고대 철학자들이 보는 ‘행복론’을 미리 잘 습득하고 이 시를 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마지막 연에서 자신 있게 결론 짓고 있지 않은가.
가진 것이 다소 적어도
갖춘 것이 조금 부족해도
마음을 넉넉하게 지닌 사람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행복 지수〉의 마지막 연에서
이보다 더 어떻게 시 속에서 ‘행복’에 대해서 정확히 표현할 수가 있단 말인가. 조금 더 진지하게 淸湖의 행복론을 살펴보려면 〈당신〉을 감상해 보도록 하자. 이 한 편에 앞에서 언급한 두 중심 내용인 ‘사랑’과 ‘행복’을 잘 엮어놓았으니 말이다.
시인이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열정이 돋보이는 시
제2부의 대표적인 시는 〈통영 앞 바다〉이다. 淸湖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망가져 가는 자연을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평소에 보아왔던 맑고 깨끗했던 동영 앞바다에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생긴 녹조현상이 우리 인간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차라리 태풍이라도 불어와 다 쓸어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끝 연에서 이렇게 호소한다.
인간이여~!
당신들이 자연으로부터 안전해지려거든
부디 자연을 자연스럽게
놔두시게,//
다음으로는 〈춘화春花〉에서 보여준 봄꽃 이름을 들여다보자. 1980년대에 서울의 어느 명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입시 문제로 ‘알고 있는 꽃 이름’을 모두 써내라고 했더란다. 그랬더니 딱 한 명이 100개의 꽃 이름을 써냈는데 교수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물론 그 학생은 과 수석을 차지했고 지금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시인으로 자리매김도 했다고 한다.
〈춘화春花〉에서 보여준 봄꽃 이름만 ‘레드스타와 화이트스타,부겐 발리아, 수국, 영산홍, 베고니아,후리지아, 나리, 제라늄, 카 랑코, 장미, 구문초, 풍란’ 등의 봄꽃 이름뿐만 아니라 꽃의 자태 묘사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이 정도면 대학 입시에서 국문학과에 합격은 따 논 당상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