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뜻부터 말맛, 리듬, 숨결까지 살리는 ‘공감의 번역’
번역가가 친절하면 독자가 편해진다!
《드래곤 길들이기》 《윔피 키드》 《베서니와 괴물》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문제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국내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어린이책들을 옮겨 온 베테랑 번역가이자, 15년 넘게 어린이책과 그림책 번역에 대해 가르쳐 온 ‘번역가들의 멘토’ 김선희 번역가가 자신만의 번역 노하우를 담은 실전 지침서를 펴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번역이란 결국 ‘공감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번역가라면 글의 의미와 형식을 헤아리는 것은 물론이고, 그 안에 숨은 맥락과 문화에도 적절히 반응해야 한다. ‘원문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유로 ‘단어 대 단어’ ‘문법 중심’의 번역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면, 우리말이 어색해지고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암호문을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고 바른 번역을 위해 우리말 표현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공부법을 안내한다. 번역가 지망생부터 초보 번역가, 어린이책을 만드는 편집자에게 딱 맞는 책이다.
“그림책과 어린이책으로 번역을 시작하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번역자가 쉽사리 ‘문법 번역식’으로 텍스트에 접근하지 않게 된다는 점일 듯합니다. 대상 독자를 염두에 두면 맥락과 의미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스레 ‘품사 유지 강박’에서도 벗어나게 되거든요. 더불어 어린이를 위한 바람직하고 모범이 될 만한 표현을 고민하는 기본에 충실한 번역을 하게 되고요.” _프롤로그
그림책과 어린이책으로
번역을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실전 지침서
‘게으른’ 번역에서 ‘능동적’ 번역으로
이 책은 번역 입문자들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도전하는 장르인 ‘그림책’에서 시작한다. 그림책은 짧고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적 함축과 시각적 조화, 낭독의 리듬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섬세한 접근이 필수다. 저자는 그림책만의 고유한 특징을 차근차근 짚어 가며, 초보 번역가들이 반드시 익혀야 할 번역의 기본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단어나 문법 해석에만 치중하는 번역은 ‘원문 충실’이라는 착각에 빠진 게으른 번역에 불과하다. 이 책은 ‘의사소통 중심’의 능동적 번역을 지향하며, 번역 투를 탈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우리말 지식, 화법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요령, 그림책 특유의 반복성을 효과적으로 살리는 다채로운 기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번역에도 공감의 기술이 필요하다
숙련된 번역가로서 저자는 동화부터 판타지 소설, 그래픽노블, 실용서, 고전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린이책의 장르별 번역 전략을 제시한다. 나아가 이러한 전략들이 어린 독자의 이해와 몰입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깊이 들여다본다. 좋은 번역가는 단순한 언어 해석자가 아니라, 아이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안내자이자 문화적 장벽을 넘어 이해의 문턱을 낮추는 중재자다. 어린 독자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주어를 글머리에 배치하고, 긴 수식어는 입말에 따라 적절하게 끊어주고, 모호한 대명사(그/그녀/그들)는 분명한 관계어(엄마/언니/선배)로, 외국의 낯선 단위(마일/파운드)는 우리에게 친숙한 표현으로 바꾸는 등의 감각이 필요하다. 저자는 어린 독자에 대한 공감을 잃지 않는 태도가 번역의 품격을 어떻게 높이는지 생생한 사례를 통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문 번역가로 성장하기 위한 길잡이
이 책 전반에는 전문 번역가로 발돋움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조언이 빼곡히 담겨 있다. 저자는 자신의 오역 사례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스펠링 오독, 고유명사를 일반명사처럼 번역하는 오류, 문화적 문화적 배경지식이 부족해 발생하는 오해 등 번역가라면 누구나 겪는 실수의 유형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또한 작은 전치사 하나, 문장 부호 하나까지 세심히 살피는 섬세함의 숙련을 강조하고, 어문 규정과 외래어표기법 등을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영한ㆍ영영 사전과 AI 번역기의 활용법부터 출판 과정에서 발생하는 편집자와의 소통 문제와 대처법까지, 20년 현장 번역가의 지혜가 아낌없이 담겨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