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그런 줄 알고’ 살았다
어진이 시인의 『그런 줄 알고 살았다』는 자아, 죽음, 가족, 귀향, 홀로서기 등 삶의 보편적인 키워드로 묶여 공감과 위로, 사유와 여운을 남긴다. 독자로 하여금 무심히 지나쳤던 사람, 떠나보낸 후 뒤늦게 피어난 마음 등의 순간들을 바라보게 하는 시들을 수록했다.
이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그런 줄 알고 살았다」에서 시인은 ‘너’에 대한 감정과 기억이 세월이 지나며 함께 흩어진 줄 알았다고 털어놓는다. ‘바람 따라 흩어진 줄’ 알았던 ‘너’와의 이야기, 믿음, 기대, 그리움은 여전히 시인의 마음에 남아 있음을 고백한다. 세월에 잊힌 듯 살았으나 실은 지나간 인연을 줄곧 그리워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지나갔고 지나갈 인연이 있다. 우리는 『그런 줄 알고 살았다』에서 그동안 나와 관계를 맺고 떠나보낸 인연을 떠올릴 수 있다. ‘무언가를 다 쏟아내고 싶은데/다하지 못’(「불완전한 고백」 일부)한, 상대를 향한 마음을 우리는 잊은 듯 늘 품고 산다. 시인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지닌 말이기도 한 ‘그런 줄 알고 살았다’는 체념보다는 시간이 흐른 뒤의 자연스러운 깨달음이다. 그렇게 시인은 자신이 말하지 못한 고백을 독자들은 그리워하는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할 것을 오히려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