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짐과 징후로 예언과 기대를 견인하다
『아름다운 영가』는 경계와 화해에 관한 이야기다. 물리적인 경계와 좀 더 모호한 경계들.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기독교와 샤머니즘,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고 갈등하고 버무려진다.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 지속되는 일상 속에서 주인공 유진은 개인적 위기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실존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나지막하고 단출한 이야기가 사랑과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조짐과 징후로 예언과 기대를 견인하고 때로는 운명론적 시각이 분위기를 바꾼다.
마흔 살의 전직 교사인 주인공 유진을 중심으로 그녀의 남편, 옛 애인과 그의 부인, 잠시 애정을 느꼈던 한 남자와 그의 아내, 약수터에서 만난 가난하지만 마음만큼은 부자인 소년 석규와 그 아이의 할아버지, 그리고 이미 돌아가신 유진의 할아버지의 첩이었던 정임과 그녀와 오랜 세월 미묘한 우정을 가꾸어 온 오 도사의 삶을 에두르며 이들을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전히 유효한 상상력과 질문
유진은 주위에서 일년 남짓한 기간 동안 친척과 지인 등의 죽음을 겪게 된다. 대부분 갑작스럽게 죽게 되면서, 그녀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탐색하고 돌이켜본다. ‘이 모든 것의 의미가 뭘까?’라는 질문이 소설의 큰 축이 된다. 왜 어떤 사람들은 가난, 질병, 물질적, 정신적 패배와 같은 어려움과 슬픔을 계속 겪고, 또 어떤 사람은 큰 상처 받지 않고 아무 걱정없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가? 유진은 자연스럽게 실존의 문제에 천착하면서 운명, 우연과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하고 이 고민은 바로 독자의 궁금증이 된다.
한편으로 이 소설은 여성과 전통적 결혼 생활에 대해 조용하지만 단호한 문제 제기를 한다. ‘왜 우리는 그토록 시련을 겪어왔지? 그건 우리가 남자들한테만 유리하게 되어 있는 시대와 사회에 태어났기 때문이야.’
40여 년 전 소설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상상력과 질문을 오늘의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