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를 아는 것이 미술을 아는 지름길이다.”
살고 죽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꿈꾸고 달아나고
서양미술사를 다채롭게 수놓은 화가 25인의 인생사
미술가에 관한 글을 읽는 것은 미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들의 예술적 추구뿐만 아니라 사람 자체에 대해 알아감으로써 미술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감상자로서 우리의 목표는 ‘아는 만큼 보는 것’이 아니다. 미술에 대한 지식을 얻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풍부한 정서적 소통과 교류를 하기 위해 우리는 미술가의 삶과 작품들을 만난다.
_프롤로그 중에서
“미술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미술사학자 곰브리치의 말처럼, 그림 이전에는 화가가 있다. 사조와 양식으로 미술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화가의 삶을 통해 그림을 읽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꿈과 현실을 오가는 그들의 여정 속에서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할 때, 우리는 그림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르동은 유년 시절 병으로 가족과 격리되었던 좌절감을 〈영원을 향해 움직이는 풍선 같은 눈〉에서처럼 흑백 드로잉으로 드러냈다. 다비드는 전쟁의 중심에서 평화를 부르짖는 〈사비니의 여인들〉을 그렸지만, 원래 프랑스혁명에 앞장선 투사였다. 방랑자 고갱은 파리에서 부르주아적 삶을 살았지만, 어느 날 계시라도 받은 듯 남태평양으로 떠나 〈나페아 파 이포이포〉 같은 자연의 에너지 넘치는 그림을 그리다 낯선 땅에서 생을 마감했다.
우리보다 오래전에, 우리와는 다른 땅을 딛고 산 이들이지만, 그들의 삶이 낯설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외로움, 격동의 시대를 지나는 혼란과 두려움, 때로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홀연 떠나고 싶은 마음… 미술은 말 없는 예술이지만, 캔버스 너머 화가는 쉴 새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을 알아차릴 때 그림과 우리의 삶이 만나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감동과 여운이 미술 감상을 비로소 완성한다.
“그림을 보며 우리는 사람을 알아간다.”
이주헌 평론가가 말하는 ‘공감의 언어’로서의 미술
이주헌 평론가는 1995년 베스트셀러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을 출간하며 미술 에세이 시장을 개척했다. ‘삶에 미술이 필요한 이유를 널리 알리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그 공헌을 인정받아 2025년 제12회 석남 이경성 미술이론가상을 수상했다. 주로 연구자의 학술 성과에 주목하던 이전과 달리 대중과의 소통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은 특별하다.
저자는 30권이 넘는 미술 교양서를 출간하고, 교육방송에서 미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미술 대중화에 있어 뚜렷한 활약을 보여줬다. 종종 그는 독자나 청중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선생님은 미술 실기를 전공해서 그런지 미술가의 입장에서 이야기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이론을 전공한 비평가나 미술사가와 달리, 그의 이야기에는 그림 그리는 사람의 생각이 많이 담긴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주헌 평론가의 미술 이야기가 사랑받는 분명한 이유다. 그의 글을 통해 우리는 그림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화가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다.
미술 감상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에 공감해가는 과정이다. 미술은 근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다. 화가와 나를 잇고, 그 시대의 사람들과 나를 잇고, 다른 관객과 나를 이어주는 소통의 다리다. 이 책을 읽는 경험이 그런 소통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_에필로그 중에서
피카소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일기를 쓰는 또 다른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에는 글과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미술이 있기에 우리는 그것을 뛰어넘는 소통을 할 수 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엘 그레코부터 앙리 마티스까지, 우리는 그림을 통해 그들의 삶을 더욱 가깝게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놀라운 연결은 우리 자신의 삶까지 깊이 들여다보는 새로운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