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작’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진부한 물건에 예술을 불어넣다
명작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림 같은 그림’만 걸작이라 평가받을 수 있는가? 이 진중한 물음에 재치 있게 답한 예술가들이 있다. 『띵찰』은 두 예술가의 관광 명찰 작품을 ChatGPT와 함께 설명하며 일상과 예술, 인간과 기술의 경계를 가볍게 비트는 지적 장난감이다. ‘띵찰’(명찰)이라는 말장난 같은 제목의 이 책은 주재환과 김광우가 수년간 제작한 수백 장의 명찰 작품과 그에 대한 대화, AI와의 실험적 협업까지 담아냈다. 관광용 명찰이라는 진부한 일상의 오브제가 어쩌다 예술이 되었을까?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익숙한 사물의 낯선 표정과 사회의 허위와 역설, 권력과 규범의 틈을 짚어냈다. 명찰 위에 적힌 짧은 문장과 소박한 이미지는 삶의 무게를 살짝 비틀어 웃게 하면서도 동시에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우리가 작품이라 부르지 않았던 것들에 예술의 시선을 돌리고, 진지함과 농담 사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모험이다.
AI와 인간이 함께 쓰는 새로운 예술 해석의 장
『띵찰』은 두 예술가의 명찰 작품을 중심으로 한 실험적 예술서인 동시에, ‘AI 비평’이라는 독특한 시도를 담았다. ChatGPT가 작품을 해설하고 기획자 이지혜가 이를 섬세하게 조율하면서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창작과 해석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을 포착했다. 작품을 직접 감상한 큐레이터와 AI의 언어가 맞물리며 생겨난 이 대화는 단순한 기능적 활용을 넘어, 창작과 해석의 경계를 질문한다. 기획자 이지혜는 AI의 문장을 “너무 AI스럽다”고 비판하면서도 그 안에 숨어 있는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는 AI가 단순히 도구를 넘어 창작의 동반자로 자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띵찰』은 독자에게 한 가지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AI와 인간, 감성과 지성, 기술과 전통이 뒤섞인 다층적 언어와 감정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이 책은 예술을 해석하는 관람자와 창작자, 인간과 기계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앞으로 예술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통 회화부터 담배갑, 막걸리병까지
일상과 역사, 예술과 감각의 경계를 넘나들다
이 책은 일상의 사소한 사물과 역사적 기록들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익숙한 것들의 낯선 면모를 발견하게 한다. 유머와 해학이 가미된 시니컬한 비틀기부터 철학적 사유에 이르기까지, 두 작가는 다양한 층위의 감각과 생각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어떤 작품은 “왜 마음은 %가 없을까?” 같은 언어유희로 우리 내면의 불완전함을 은근히 드러내고, 또 어떤 작품은 정치적 통제와 감각의 탈주를 상상하며 현실과 이상 사이의 긴장을 조명한다. 이들의 질문은 단순한 풍자를 넘어서, 사회와 예술, 규범과 상상력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균열들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사유의 흔적이다.
더불어 두 작가의 작업은 전통적 재현이나 형식미에 머무르지 않고, ‘보는 감각’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전통적 재현의 틀을 벗어나, 예술 경험의 주체가 전문가에서 관객으로 확장되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띵찰』은 “예술은 전문가의 평가로 완성되는가, 아니면 보는 이의 마음과 언어로 다시 쓰이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감상자 개개인의 ‘보는 감각’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다. 현대 사회에서 예술과 감각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