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어른, 함께 맞추는 시의 조각
『풀꽃 아이』의 가장 특별한 점은 퍼즐이라는 매체를 통해 시를 ‘오감의 놀이’로 확장한 국내 최초의 시집이라는 것이다. 책에 수록된 시는 로로 작가의 섬세하고 따뜻한 그림으로 표현되었고, 이 그림은 직소퍼즐로도 제작되어 한 편의 시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맞추며 완성하는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직소퍼즐을 맞추는 일은 단순히 그림을 완성하는 작업이 아니다. 아이와 어른이 나란히 앉아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며 시의 세계에 천천히, 그러나 깊이 있게 다가가는 일이다. 이 느릿하고 조용한 집중의 시간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을 교환하는 시간이자,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을 전하는 소중한 통로가 된다.
퍼즐을 맞추는 동안 아이는 자연스럽게 관찰력과 인내심을 기르고, 어른은 잊고 지낸 몰입의 즐거움을 되찾는다. 같은 조각을 여러 번 뒤집어보며 “이건 여기가 아닐까?”, “아까 이 조각 봤던 것 같은데” 하고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서로의 감정은 조용히 교차하고, 시에 담긴 감성은 조금 더 깊이 마음에 스며든다.
그리고 퍼즐은 다 맞춘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 액자에 넣어 방 한 켠에 걸어두면, 그것은 하나의 작품이자 일상의 풍경, 함께 만든 추억이자 감정의 기억이 된다. 누군가와 함께 맞춘 퍼즐 한 조각이 오래도록 따뜻한 기억으로 남게 되는 경험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나태주 시인이 꿈꾸었던 또 하나의 시집
『풀꽃 아이』의 시작은 나태주 시인의 오래된 꿈에서 비롯되었다. 시인은 “촉각을 이용한 시집을 만들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촉각은 시각, 청각에 이어 사람의 세 번째 감각이며, 손으로 느끼며 체험하는 감정은 오래 기억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 꿈은 그림과 시, 놀이가 어우러진 새로운 형태의 시집으로 실현되었다.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감각하는 문학적 놀이’가 되고, 어른들에게는 ‘함께 나누는 감성의 언어’가 된다. 나태주 시인이 오랜 시간 품어온 ‘형식의 실험’은 이번 책을 통해 더욱 따뜻하고 다정한 방식으로 구현되었으며, 시는 이제 종이 위의 언어를 넘어 손끝에서 완성되는 감각적 경험으로 확장된다.
더불어 이번 시집은 시인의 시 세계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내는 동시에, 부모 세대에게는 ‘잊고 있던 감각을 깨우는 시간’을 선물한다. 시와 퍼즐, 활동지가 하나의 유기적 흐름 안에서 연결되며, 시를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닌 ‘경험하고 즐기는 것’으로 바꾸어놓는다. 나태주 시인은 이 책이 세대와 시간을 넘어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를 소망하며 서문에 이렇게 썼다.
“특히, 나이 많으신 어른들이나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벗들에게 이 책이 들려져서 지루한 시간을 즐겁고 유익한 일로 보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풀꽃이 되는 시간
『풀꽃 아이』는 시가 멀고 어려운 것이 아닌, 우리 삶 곳곳에 스며 있는 작고 다정한 말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죽지 말고 살아봐 / 꽃 피워봐”라고 속삭여주는 시 한 줄 아닐까. 누군가에게 “좋다”고 말하고,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고 되받는 이 순환의 마음이, 아이에게는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다정함의 회복으로 다가갈 것이다.
이 책은 혼자 읽는 시집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시집이다. 아이와 어른이 마주 앉아 한 조각씩 퍼즐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마음에 숨어 있던 기억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는 어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통해 시를 배우고, 어른은 아이의 눈망울에서 오래 잊고 있던 감수성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풀꽃 아이』는 결국,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풀꽃이 될 수 있고, 서로의 마음에 작은 꽃 한 송이를 피워줄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하는 시집이다. 시를 읽고, 쓰고, 그리고 맞추는 이 일련의 과정은 타인을 향한 존중과 이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다정한 시선을 기르는 연습이 된다.
시 한 편이 조용히 내려앉아 우리의 마음을 물들이는 이 시간, 당신도 풀꽃이 되어 누군가의 눈앞에서 조용히 피어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