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진 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 일부를 따옴)
#1 - (김남식 시인의) 이 시조집은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정서를 형상화하기보다는, 선생님 세대에게 보편적인 규범과 미학을 서술하여 공유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한평생 교육자로 살아온 데다 퇴직 이후 오랫동안 수필을 써온 분이기에, 대상과 자신의 체험을 사실적으로 진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수필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물론 대상을 사실적으로 진술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이나 성찰을 바탕으로 얻은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율격에 맞춰 압축해 보여준다. 수필의 시조화라고나 할까, 행복 강의의 운문화라고나 할까.
#2 - 김남식 시인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기로 작정한 듯, 눈길 닿는 곳곳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야 만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장미, 벚꽃, 자귀나무꽃, 조팝꽃, 이팝나무꽃, 나팔꽃, 달맞이꽃, 상사화, 매화, 소나무), 사계절의 풍광(가을 낙엽, 눈 내리는 풍경, 단비 등등), 특정 장소의 풍광(동학사, 몽골, 마곡사), 자식 사랑, 부모 공경, 우애 등등.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서로 사랑하고 배려해 주고, 스트레스는 멀리하고, 웃고, 믿고 기도하고…. 이 시조집에는 온통 긍정적이고 따스한 말과 행위와 기운이 가득하다.
#3 - 나이 듦을 절망감과 상실감, 후회와 회한과만 연결하는 것은 지독한 편견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천만을 넘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나이 들어가고 있는 시대이니만큼 나이 듦에 대한 긍정적이고 명랑한 시선 또한 긴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팔십 중반에 이른 김남식 시인이 보여주는 세상과 삶에 대한 찬가는 의미 있는 성과임이 틀림없다.
#4 - 시조든 수필이든 교훈을 직접 진술하는 건 추상화로 흐를 위험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가치를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치 자체가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문학 작품에서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것이 중요하다. 시인이 다른 사람과는 다른, 자신만의 서정적 울림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거나 비유를 통해 인식의 확장과 전환이 이루어질 때 독자들은 감동하게 된다. 감동하면 마음이 깨어나고, 마음이 깨어나면 삶이 기적의 연속임이 보이는 법이다. 나이 듦이 좋은 것은 이런 삶의 선물에 눈 뜨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