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울리고, 눈을 밝히며,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시
인간 본연의 외로움, 슬픔, 기다림, 사랑, 고통을 노래하는 정호승의 시는 10대부터 60-70대까지 폭넓은 지지를 받아 왔으며, 노래로 만들어진 시만 60여 편에 이른다. 이번 시선집의 표제시인 ‘부치지 않은 편지’는 올해 20주기를 맞은 고(故) 김광석의 유작이 된 노래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정 시인의 시가 쉽고 대중적인 것만은 아니다. 번역가의 말을 빌리자면 ‘기쁨과 슬픔이 불가분하게 얽힌 인간 존재의 역설을 향한’ 그의 탐구는 ‘때로는 난해하지만 마음을 울리고, 눈을 밝히며, 생각의 깊이를 더한다.’ 탐구의 여정에 동참한 많은 독자들은 그 안에서 엄혹한 현실에도 부서지지 않은 위안과 희망을 발견했다.
시는 읽는 이의 것
두 번역가의 노력과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에 힘입어, 정호승의 시는 이제 전 세계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다. 청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정 시인의 40여 년 시 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220편의 시가 두 권의 시집에 나뉘어 실리는데, [A Letter Not Sent]기 그 첫 번째 책이고, 두 번째 책이 함께 출간된 [Though Flowers Fall I Have Never Forgotten You]이다.
정호승은 시가 시인이 아닌 독자의 것이라고 믿는다. 자신은 다른 사람이 써야 할 시를 대신해서 쓴 것이며, 따라서 이 시집을 읽는 독자는 스스로가 쓴 시를 읽는 것이라고 한다. 외국 독자들의 시선을 통해 그의 시가 또 어떻게 새롭게 쓰여지고 읽힐지 기대된다.
Farewell, my dear, may you walk alone down the dawn paths of this age, encounter the freedom
of love and death, into the icy river winds, without even a tomb, into the fierce blizzards,
without even a song, may you go flowing, flowing like a petal.
Your tears will soon become a stream, and your love will soon become a song,
so farewell now, little bird of tears, flying with mountains held in your beak;
fly on, my dear, and do not look back.
- excerpt from “A Letter Not S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