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환의 삶과 작품세계
_김용림(소설가)
윤태환 시인의 이번 첫 시집은 일상의 찰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하고 어루만져주는 시편들로 가득하다. 그 안에 그리움이 있고 기다림이 있으며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머물던 소중한 풍경들이 마치 내 생각을 대신 속삭여주고 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시에 입문하여 삶의 후반에서 피워낸 이 시들은 그가 걸어온 시간만큼이나 깊고 너른 울림을 정서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같은 동네 살며 오랫동안 지켜본 윤태환 시인은 글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운동에도 소질이 많다. 색소폰 연주가 수준급이고 축구, 골프 등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윤태환 시인은 삶 그 자체가 바로 예술이다.
또 사업을 하면서 바쁜 와중에도 라이온스 회원으로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는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이다.
시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고 그 다름을 노래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에 시인이 된다. 그 마음을 한 줄 한 줄 엮어 한 권의 시집으로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 삶의 가장 깊은 고백이자 아름다운 용기인 것이다.
윤 시인은 건전한 생각을 품어서 마음으로부터 항상 건전한 시가 나오는 것 같다. 윤 시인의 시는 시집으로 발간하기도 전에 벌써 독자층이 많다.
지금도 강남 대모산 데크길에 윤 시인의 시가 연중 전시되고 있다.
강남이 땡겨요
허허벌판 위에 솟은 도시,
강남 논밭을 스치던 바람은 사라지고
이젠 빌딩 숲 사이로 자본의 바람이 스민다
직선으로 뻗은 테헤란로에
금융과 벤처의 심장이 뛰고
돈과 기회의 숨결이
끊임없이 흐른다
밤과 낮이 겹쳐진 거리
대낮처럼 밝은 불빛이 어둠을 밀어내고
각자의 꿈을 좇는 발걸음이
교차로 위에 얽힌다
K팝, 패션, 욕망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강남스타일은 세계를 물들이고
오늘도 나는 강남을 꿈꾼다
윤태환 시인의 ‘강남이 땡겨요’는 도시 강남의 변화와 생동감을 생생하게 그려낸 시로, 한 시대의 흐름과 도시인의 욕망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허허벌판이었던 옛 강남의 기억에서 출발하여, 금융과 벤처, K팝과 패션으로 상징되는 현대 강남의 역동적 모습까지, 도시의 시간적 겹침을 유려하게 표현했다. "자본의 바람", "꿈을 좇는 발걸음", "욕망의 뜨거운 열기" 등 직관적인 이미지와 생생한 어휘들은 강남이라는 공간이 가진 이중적 매력-현대적 욕망과 개인적 열망의 교차점-을 깊이 있게 형상화한다.
또한 이 시는 단순한 도시 풍경의 묘사를 넘어, 도시를 향한 개인의 열망과 동경을 진솔하게 담아낸다. "오늘도 나는 강남을 꿈꾼다"는 마지막 구절은 강남을 단지 공간이 아닌 상징적 세계로 확장시키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과 현실 사이의 긴장을 섬세하게 떠올리게 한다. 도시적 감각과 서정적 시선이 잘 어우러진 이 시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시인이 느끼는 감정과 사회적 풍경을 정직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윤 시인은 아래의 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행복한 가정을 이끌어가는 효자로, 애처가로, 자녀들에게는 존경받는 아버지다. 그리고 시를 읽다 보면 알겠지만,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다.
어머니의 세월
동백꽃 지고 / 매화꽃 피어나니 / 살구꽃이 어리네 / 하늘 따라 구름 흐르고 / 구름 따라 세월 가니 / 어느새 봄은 저만치 가네 / 세월 베고 누운 집 / 장독대를 벗 삼고 / 장독 위 봄 햇살은 / 옛이야기 속삭이네 / 홀로 계신 어머니는 / 지팡이를 벗 삼으시고 / 마루 끝에 앉으셔서 / 먼산을 오래 바라보신다 / 그 산 너머 / 내가 있음을 아시기에 / 말없이도 / 그저 기다리시네 / 꽃 피고 지는 사철 속에 / 어머니의 세월도 / 그렇게 그렇게 흘러간다
‘어머니의 세월’은 계절의 순환 속에 담긴 어머니의 삶과 기다림을 잔잔하고도 깊은 시선으로 그려낸 서정시다. 동백, 매화, 살구꽃이 차례로 피고 지는 자연의 흐름은 어머니의 세월과 고스란히 겹쳐지며, 인생의 덧없음과 따스함을 동시에 전한다. “세월 베고 누운 집”, “장독대를 벗 삼고” 같은 표현은 전통적인 삶의 정취를 따뜻하게 환기시키며, 독자로 하여금 마치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공감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그 산 너머 / 내가 있음을 아시기에 / 말없이도 / 그저 기다리시네”라는 대목은 말보다 더 깊은 사랑의 본질을 보여준다. 말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은 시적 이미지로 승화되어 독자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이 시는 단순한 효심의 표현을 넘어, 인생의 깊이와 가족 간의 무언의 사랑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정서가 어떻게 아름답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녀의 눈
눈이 커서 / 더 많은 것을 보는가 보다 / 눈이 깊어서 / 더 많은 것을 담는가 보다 / 눈이 맑아서 / 나의 투정도 허물도 / 그 고운 눈빛으로 / 다 감싸주는가 보다 / 나보다 더 큰 눈을 가진 / 나의 여인
‘그녀의 눈’은 사랑하는 이를 향한 따뜻한 존경과 감사를 시인의 섬세한 언어로 담아낸 서정시이다. 짧은 행과 반복적인 구문 속에서 ‘눈’이라는 하나의 상징을 중심으로 감정의 결을 풍부하게 확장시킨다. “눈이 커서”, “눈이 깊어서”, “눈이 맑아서”라는 단정적 문장은 단순한 외형 묘사를 넘어, 마음을 읽고 감싸주는 내면의 따스함을 강조하며, 사랑이란 결국 상대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품어주는 힘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시는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존경심과 감탄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어 읽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나보다 더 큰 눈을 가진 나의 여인’이라는 마지막 구절은 단순히 육체적 묘사를 넘어, 여인의 포용력과 넓은 사랑의 깊이를 상징하며, 시 전체에 고요한 울림을 더한다. 간결하지만 깊은 울림을 지닌 이 시는, 사소한 특징 하나를 통해 관계의 본질을 통찰하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날로, 달로 발전하는 서담 윤태환 시인님을 소개하게 됨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또한, 윤태환 시인이 작가로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 이 순간을 작가의 선배란 자격으로서 문학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기쁩니다. 윤 시인님의 첫 시집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